애프터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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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작가 소개 >

조조 모예스는 1969년 생으로 현존하는 영국의 소설가이다.

내가 처음 읽었던 조조 모예스의 작품은 장편 소설 [별을 선사한 사람]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배경, 당시의 문화, 소외된 자들의 삶을 독서가 어떻게 변화시키고,

다양한 성격의 등장 인물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감동적인 소설로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검색해보니 이미 영화로도 유명세를 탔던 [미 비포 유]를 비롯해

후속작으로 나온 [스틸 미], [애프터 유]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나와

한껏 기대에 부푼채 [애프터 유]를 펼쳤다.

< 작품 소개 >

‘미 비포 유 시리즈’인 만큼 먼저 [미 비포 유]를 읽어야만 제대로 주인공 '루이자'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 권을 동시에 읽었다.

중간쯤 읽었을 때,

기대가 컸던 만큼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는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전작은 충분히 흥미로웠는데, 후속작으로 나온 [애프터 유]는

상실의 아픔과 치유의 과정을 그리기 위한 설정다소 구태의연하고 진부했다.

전작에서 만났던 '윌'과의 만남, 그에 대한 사랑, '윌'의 존엄사 선택에 동행했었던 '루이자'가

설명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고 방황하는 것에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후속작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윌'의 딸 '릴리'의 등장부터

그 아이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떠맡는 일까지는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읽는 내내 힘들었다.

소설에 감정이입을 지나치게 하는 내 자신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독자의 그런 마음을 이미 꿰뚫은 듯 '루이자'는 새출발 모임에 참석해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6개월 동안 간병인 노릇을 한 것이 전부였다.

윌을 사랑했고, 윌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이 윌과 내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서로를, 짧은 농담과 있는 그대로의 진실과 쓰라린 비밀을 이해했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가 나의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아서 그 없이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 문장은 내가 루이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머리로는 그럴 수 있어~ 하지만 가슴으로는 그저 답답하고 속이 터졌다.

루이자의 가족이 아마도 내 심정 같았을 것이다.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실수로 추락한 줄리아는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가고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로맨스 소설답게, 그녀는 생명의 은인인 구급대원 ‘샘’과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동안 털어 놓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들을 샘에게만큼은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할 상대가 생기니 마음이 놓였다.

자기 목소리만 듣고 싶어하는 바(Bar)의 사람들과 반대로,

실제로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샘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발견 같았다.

p219


단지 윌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릴리를 돌보았던 루이자가

릴리의 선을 넘는 행동들 - 모르는 사람들을 루이자의 집에 맘대로 데려와 마약과 술에 취하고

심지어 도둑질까지 하는 일들 - 로 인해 지쳐갈 때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릴리는 혼돈이자 무질서였고 받기만 하고 갚지 않는 아이였다.

어리고 윌과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애를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그 애가 일으키는 혼란을 참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슬픔을 벗어나는 여정은 결코 직선이 아니라는 것,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었다.

오늘은 그저 나쁜 하루이고, 구부러진 길이니 가로질러 살아남으면 되었다.

p283


릴리의 친 엄마까지도 포기한 10대 소녀에게 루이자는 왜 그렇게 집착하며

그 아이를 돌보려 했을까.

그 이유는 다음 문장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윌의 딸이 나를 필요로 했다. 그거면 됐다.

그리고 동생이 뭐라고 하든, 나는 그에게 빚을 졌다.

내가 전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길이 여기 있었다.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었다.

p375


어릴 때부터 똑부러지지 못하고 허술해 보였던 루이자는

학교 공부도 그저 그랬고, 카페나 바(bar)에서 서빙하는 일로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신을

스스로 하찮게 보았다.

생애 처음으로 큰 금액을 받고 얻은 일자리는 한 남자의 존엄사를 지켜보는 일이었고

그것을 막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던 중 릴리가 나타난 것이다.

릴리를 돌보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은

윌을 떠나 보낸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인 동시에

결과적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 길이기도 했다.

루이자가 샘과의 새로운 출발을 앞둔 시점에

최고의 취업 제안을 받은 뉴욕으로 떠나기를 망설일 때 샘은 이렇게 말한다.


"루,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요. 아무도 몰라요.

어느 날 아침에 멀쩡히 나갔다가 오토바이에 치일 수도 있고,

인생이 모조리 바뀔 수도 있어요.

여느 때처럼 직장에 나갔다가 총을 맞을 수도 있고, 고층 건물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요.

인생은 그런거예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우리는 기회를 잡아야 해요.

그리고 이건 당신의 기회 같아요."

p475


샘이 루이자에게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하는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세지다.

선택의 기로에서 늘 망설이고 갈등하는 일은 우리들의 공통된 삶이 아니던가.

< 느낀 점 >

루이자가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을 구해 뉴욕으로 떠나는 해피엔딩

내가 책을 덮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비록 처음에 읽었던 조조 모예스의 [별을 선사한 사람]과 같은 감동은 아니었지만,

오지랖 넓은 한 여자의 삶이 수렁에 빠진 누군가의 삶을 건져내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처음에 내가 느꼈던 실망감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그녀가 좀 평탄한, 아니 적어도 남들과 비슷하게 평범한 삶을 살기를 기도해본다.


< 이럴 때 읽으면 좋은 책 >

* 자신의 삶이 엉망이라고 느낄 때.

* 자신의 오지랖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

*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이 생길 때.

* 로맨스 소설로 쉼을 얻고 싶을 때.

* 미 비포 유를 읽고 그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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