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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평점 :
< 작가 소개 >
지은이 : 시로군(이시욱)
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선 국문학을 전공했다.
세계문학 읽기 모임 [막막한 독서모임], [한책읽기]의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다.
릴케와 울프에게서 초조해 하지 않고 느리게 읽는 법과 한 장면에 오래 머무는 법을 배웠다.
'닥치는 대로 많이 읽기'와 '파헤치듯 꼼꼼히 읽기'의 과정을 거쳐 요즘은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멤버들과 함께 나누고 있는 중이다.
< 책 앞표지 뒷면에 나온 소개글 >
< 책 소개 >
[막막한 독서]는
15년 동안 책 읽기와 독서모임 진행자로 활동해온 저자 시로군(이시욱)이
20여권의 고전을 꼼꼼하게 파헤친 서평 모음집으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해설해놓은 책이다.
-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1605)
-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1877)
-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1867)
-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 (1836)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1818)
- 에드거 앨런 포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1809~1849)
- 셰익스피어의 [좋을 대로 하시든지] (1599)
- 류노스케의 [참마죽] (1916)
- 체호프의 [상자 속의 사나이],[산딸기] (1880년대)
- 카프카의 [변신] (1912~1915)
-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1853)
-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1847)
-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 (1868~1869)
-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1925)
-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1859)
-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1877)
-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 (1908)
-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1933)
- 릴케의 [말테의 수기] (1910) 등등…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작가의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만 보면 단박에 “ 아~ 이 책~, 아~ 이 작가~ 알지~” 싶었는데,
막상 [막막한 독서]를 통해 들여다보면 실제로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너무 오래 전에 읽은 탓에 내용을 다 잊어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책을 읽으려고 펼치긴 하지만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게 된다 “ 는 릴케의 말처럼
나 역시 그러한 순간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책은 펼쳐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전혀 읽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덮게 되더라도.
중요한 것은 책을 펼치고 덮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건 내게 책을 가까이 두고 친밀하게 생활화하라는 위로의 말로 들린다.
목차를 보면,
고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하듯
여섯 개의 주제로 묶어 각각에 어울리는 책들을 저자는 조곤조곤 얘기해 준다.
독자가 궁금증을 느낄 정도로만 소설의 내용을 알려주고
어떤 관점으로 읽으면 좋은지 해설까지 곁들여주니
내게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라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독서 전문가답게 수준 높은 해석과 각기 다른 번역서를 비교 분석한 내용을 보면서
그동안 재미로만 읽었던 나의 독서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 책 속 한 줄 >
여러 번역을 비교해서 살펴보는 이유는 번역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표현의 느낌을 곱씹어보고 함께 고민을 해보기 위함이다.
번역은 번역자가 원문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 주는 작업이 아니다.
100% 정확한 번역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p177)
-> 평소 번역서 위주로 책을 읽는 내게 매끄럽게 잘 쓰인 번역은 참 중요하다.
가끔 우리 말로 이해하기 난해한 문장을 만나면 짜증이 났는데 다른 번역서와 비교해서 살펴보는 팁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론 가급적 최신 개정판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면 문맥이나 어법이 현재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어색한 경우가 종종 있어서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노래를 몇백 번이고 다시 듣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그렇게 한다.
그런데 책, 특히 고전의 반열에 오른 세계문학은 다시 보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왜일까? 노래나 만화, 영화는 기꺼이 다시 보고 듣는데, 왜 문학 작품 다시 읽기는 고역처럼 여겨지는 걸까?
다시 읽기의 묘미는 역시 처음에 읽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특히 분량이 긴 장편 같은 경우 처음 읽을 때는 줄거리나 인물 간 관계, 감정선을 파악하느라 바빠 디테일들을 많이 놓치게 된다.
(p336)
-> 나는 대체로 한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연이어 읽기를 선호한다.
그런데 첫 작품에서 느꼈던 감정과 두번째, 세 번째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땐 첫 작품을 다시 읽어보곤 한다.
그럴 때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건 시로군이 지적하는 디테일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다시 읽기는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또 다른 독서법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보통의 독자'는 울프가 내세운 일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다.
이 독자는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 책에 대해 전문적인 관점을 갖고 있지 않은,
성격이 꽤 급한, 그러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독자다.
즉 보통의 독자는 '즐거움'을 찾아 책을 읽기때문에 책에서 얻은 지식을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자신을 창조하겠다는 본능이 그를 독서로 이끈다.
(p369) '보통의 독자'에 대한 주석
-> 나는 이 주석을 읽고 "그렇지~!" 하고 무릎을 탁! 쳤다.
[막막한 독서]의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해석을 읽으며 그동안의 내 독서 취향이 헛된 것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는데
이 주석으로 인해 내가 책 안에서 무얼 찾기보다는 읽는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보통의 독자임을 확인받은 셈이다.
몹시 위로가 된다.
<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 추천 >
독서는 금고나 통장에 돈이 쌓이듯 뭔가를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 아니다.
이는 직접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책을 끝까지 완독해도 작각가 말하고자 하는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고,
핵심을 요약할 수 없음은 물론 뭘 읽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나름대로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은 이런 독서 경험을 하고 나면 허탈하고 초조해진다.
그러다 잘 정리된 콘텐츠를 접하고 나면, 작품의 주제 파악과 내용 정리에 보다 유용하고 효율적인 도움을 주는 건
직접 독서가 아니라 콘텐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굳이 시간을 들여 '직접 독서'를 할 필요가 있을까?
(p373)
저자는 이렇게 질문을 던져 놓고, 버지니아 울프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통해
우리가 책을 '직접 읽는' 행위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우리는 책을 펼쳐놓고 전혀 딴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 딴생각을 여백에 기록해두기도 하며,
책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책의 편집 상태나 표기법, 어렵고 복잡하게 쓰여진 문장들을 보며 체한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책 내용의 이해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책을 읽을 때 우리가 생각하고 느낀 것들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독서 시간의 8할 이상은 이런 딴생각들과 느낌들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실은 이런 것 또한 소중한 독서 경험일 것이다.
그저 어떤 페이지를 펼쳐놓고 지금까지의 삶을 멍하니 생각해 보는 것,
무거운 철학책에 누군가 휘갈겨 놓은 낙서를 보며 현재 나의 위치와 모습을 두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것,
낯선 외국 작가의 쉽게 소화가 안 되는 난해한 문장들을 읽으며 답답함을 느끼는 것.
이런 것들이 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경험들일 것이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을 것을 느끼게 한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딴생각에 빠지게 한다.
(p379)
책의 끝부분까지 다 읽고 나니 [막막한 독서]는 단순히 고전 소설을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서 행위 자체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에 대한 철학적 지침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고전 소설 읽기를 어려운 과제로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선입견을 깨고 재미있는 도전으로 삼아도 좋을 듯싶다.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PS : < 옥의 티 >
내용에 흠집을 내는 정도는 아니지만 몇개의 소소한 오타가 보여서
이 점은 책을 출간하기 전 검수에 좀 더 신경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
* 오타 (p197) :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 여성이 가질 수 없는 직업은(가정교사를 제외하면) 없었다.
-> 수정 :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가정교사를 제외하면) 없었다.
* 오타 (p206) : 청소년 책 코너에서 이 책을 접어드는 성인 독자를 상상하긴 어렵다.
-> 수정 : 청소년 책 코너에서 이 책을 집어드는 성인 독자를 상상하긴 어렵다.
* 오타 (p267) : The Track of of a Storm
-> 수정 : The Track of a Storm
* 인디캣책곳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은 책으로, 성실하게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