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냥 시집이 아니다.
내 손글씨로 직접 옮겨 쓸수 있는 필사책이다.
일반적인 책들과 달리 180도로 펼쳐져 왼쪽엔 시가, 오른쪽에 줄친 여백이 붙어있어 별도의 공책이 필요없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내가 직접 시를 옮겨 적으며 필사를 해보니 뭔가 많이 어색했다.
“내 손글씨가 이렇게 생겼다고?“
낯선 내 필체는 참 못생겼고 읽기조차 난해하다.
국민학교 1학년때 (나 때는 초등이 아닌 국민학교였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방바닥에 업드려
그날 배운 글자를 커다란 네모 칸이 쳐진 공책에 연필 꾹꾹 눌러가며 한 자 한 자 적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의 추억이 소환되어 지금 시를 필사하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시를 눈으로 읽는 속도와 손으로 옮겨 적는 속도가 맞지 않아
글자는 제멋대로 춤을 추듯 휘갈겨지지만 마음만은 또박또박 정성을 들이게 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듯한 시인 7명의 시 65편이 실려 있어 하루 한 두편씩 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냥 읽기만 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감상이 손글씨의 속도만큼 느리느릿 다가온다.
특히 곡을 붙여 노랫말이 된 시들은 필사를 하며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리듬을 타고 노래 부르게 된다.
< 노랫말이 된 시 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