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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과 솔직한 고백 ㅣ 서사원 영미 소설
패트리샤 박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9월
평점 :

< 한국어 번역본 표지 >

< 영어 원서 표지 >
<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 >
알록달록한 색색의 구슬 아이스크림 같은 표지에서 부터 경쾌함이 느껴지는 이 소설은,
한국계 미국인 페트리샤 박의 성장소설이다.
웹툰처럼 통통 튀는 문장으로 지루할 틈없이 단박에 읽히는 재미가 있다.
그럼에도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밝게 표현해 준 저자에게 무한한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리송한 한국어 번역본 (윗쪽) 표지보다
이 소설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영어 원서 (아랫쪽)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 저 자 : 패트리샤 박 >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민 2세대로
보스턴 대학원에서 문학창작 석사 과정을 마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며
현재 아메리칸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샬롯 브론테의 고전 소설 '제인 에어'를 재해석한 첫 소설 '리 제인(Re Jane)'을 2015년에 출간했다.
최근에 한인3세 요리사의 꿈을 다룬 소설 'What's Eating Jackie Oh?' 가 출간되어
현재 아마존에서 판매중이라 하니 조만간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나오길 기다려본다.
< 번 역 : 신혜연 >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과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언어의 문턱을 낮추고자 노력하며,
세상의 아름다운 지식과 지혜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소설 [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과 솔직한 고백]을 읽어 보면 신혜연의 번역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위트가 있는지 알 수 있다.
< 내가 뽑은 주요 등장 인물 >
* 알레한드라 김 :
부모가 생물학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어린 시절 아르헨티나에서 거주했기에
정서적으로는 남미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미국 이민자 1세대다.
그래서 주인공의 이름이 성은 '김'이요, 이름은 '알레한드라' 라는 스페인어로 지어졌다.
이 이름 때문에 소설의 모든 해프닝이 벌어진다.
* 로럴 :
알레한드라의 절친이며 양성평등과 소수자를 위한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인 백인으로
아랍어,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서 반전을 일으키는 친구이니 기대하시라~^^*
* 빌리 :
어린시절부터 알레한드라와 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이자,
남미에서 온 이민 2세대로 알레한드라의 유일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친구이다.
아버지가 없어서인지 알레한드라 김의 아버지를 친아버지처럼 잘 따랐다.
* 마이클 :
알레한드라의 사촌 오빠로, 콜롬비아대학을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정직원으로 근무하지만
결국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는 회사를 그만두고 비영리 예술 단체에서 일한다.
알레한드라가 대학을 선택하는 기로에서 매우 결정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알레한드라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데 일조한다.
그래서 나는 마이클을 주요 등장 인물로 선정했다.
< 소설의 배경 >
알레한드라의 거주지는 퀸스의 '잭슨 하이츠'로 백인은 드물고 라틴계나 아시아인들이 섞여사는 가난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엄마의 권유로 맨해튼의 비싼 사립 고등학교 '퀘이커 오츠'에 다닌다.
학비의 90%를 장학금으로 받지만 그녀의 부모는 나머지 학비 10%를 감당하기도 버거울만큼 어려운 형편이다.
< 소설의 키워드 >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이 매일 가짜 행세를 하는 사람처럼 느끼며 사는 것,
왠지 내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기분,
한국에서도, 남미에서도, 미국에서도 영원한 타인으로 취급받는 것,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그로 인해 생기는 인종적 우울증이라 말할 수 있다.

< 본문 p 316 >
< 읽고 난 뒤 내가 깨달은 것 >
내가 이 책을 10여년 전에 읽었더라면
나는 결코 우리 아이들을 고등학교때 뉴욕으로 유학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입시 지옥으로만 내달리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못마땅해
이 소설에 나오는 고등학교와 비슷한 사립학교로 보냈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예체능 활동과 다문화를 경험하라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청소년기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인지를 간과한 채,
그곳에서 내 아이들이 백인들로 부터 받았을 부당한 대우와 인종 차별을 생각하면
결국 내가 아이들의 정서에 상처를 남겼을 것 같아 죄책감마저 들었다.
다행히 별 탈없이 뉴욕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현재는 한국에 돌아와 잘 적응하고 지내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인종 차별은 백인들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동남아인이나 중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백인들이 유색인종에게 차별하는 걸 무조건 욕할 수만도 없다.
모든 생명체는 유유상종이 생존 본능인지도 모른다.
무리지어 다니는 동물이나 새, 물고기들만 봐도 그게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인 것 같다.
아무리 교육을 통해 인류애니, 다문화니,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는 캠페인을 벌여도
결국 자기가 속한 곳에서 인정 받고 정서적 유대를 갖으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환경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주인공은,
한국인으로 태어나 남미에서 자란 부모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그 딸이 이중, 삼중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갖게 되는 상황이 너무 마음 아팠다.
그나마 소설 후반부에서 솔직한 고백을 통해 내재된 상처를 극복하고
그동안 타인을 흉내 내려고 애쓰며 살았던 자신의 가면을 비로소 벗어던지며
현실과 타협하는 현명한 선택으로 끝맺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 >
*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 특히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이들의 정서에 상처를 남기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주세요.
*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인종 차별로 인한 우울증, 가면 증후군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다문화를 접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인디캣책곳간을 통해 출판사의 도서 협찬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성취해서 테이블에 초대를 받아도 왠지 움츠러드는 기분, 왠지 내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그런 기분,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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