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가가 사랑한 와인 - 와인잔에 담긴 미술관
이지희 지음 / 더블북 / 2024년 9월
평점 :

처음엔 [화가가 사랑한 와인]이란 제목만 보고 실제 그 당시 화가가 즐겨 마셨던 와인을 소개하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미술사를 전공하고 현재 와인 소물리에로 활동하는 저자가
화가의 예술 작품을 통해 영감이 떠오르는 와인들을 재치있게 매치시킨 작품이더군요.
우리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화가의 작품들 위주로 제작 배경과 의미를 되새기며
그 작품에 어울릴만한 와인의 생산지와 맛, 향,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까지 소개하고 있어 실로 두마리 토끼를 잡은 듯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예요.
<예 1.>

<본문 p46~47>
20대 초반의 미켈란젤로가 독립 주문을 받아 제작한 첫 작품, <바쿠스>는 그리스 신화 속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묘사해
매혹적인 육체의 아름다움을 조각할 때 신과 더 가까이 있다고 느꼈다.
고전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바쿠스>를 감상하다 보면,
클래식과 조화로운 균형미를 자랑하는 그라브 지역 내 진귀한 명주 '페삭-레오냥 화이트' 와인이 떠오른다.
상쾌한 자극과 생동감, 탄탄한 구조, 입체감 있는 농밀함이 균형을 이루는 드라이 미디엄 풀 바디 와인으로 고전적이며 감각적이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올린 도화새우나 관자, 가리비 조개, 바닷가재 등과 어울린다.
p46~48
<예 2.>

<본문 78~79>
드가의 채색 모노타이프를 보면 19세기 미술가가 아니라 20세기 작가인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그림처럼 보인다.
그의 작품이 이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세련된 화법으로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하고 투명한 <바위가 있는 풍경>은 석양을 머금은 듯한 생동감 있는 색채로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몽환적인 홍조의 호소력은 자연스럽게 ‘부르고뉴 루즈’를 떠오르게 한다.
p78
어때요?
감이 오시나요?
유럽에서는 대중적이고 익숙한 와인이지만 아직 우리에겐 조금 낯설다고 할 수 있는
와인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책 표지부터 각 챕터별 속지까지 예쁜 색상이 눈길을 끌고,
화가의 작품들을 찬찬이 들여다보면 유럽의 어느 뮤지엄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된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루투갈의 대표 와이너리와 와인들이
로댕, 미켈란젤로, 드가, 다빈치, 르느와르, 클림트, 샤갈, 몬드리안, 보티첼리, 모딜리아니, 고야, 피카소, 마티스에 이르기까지
화가의 다양한 작품들과 만나 경쾌한 왈츠를 추는 듯 해요.
하지만 용어의 대부분이 불어와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
제 경우엔 읽어도 읽어도 금방 친숙해지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내가 아는 화가들의 작품 위주로 먼저 읽고,
그 뒤에 연결된 와인 이야기를 다시 읽었어요.
그래도 역시 와인에 대한 용어는 아직 제게 어렵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로댕의 말처럼 예술과 와인이 인내와 정성을 요구하는데
이 책 한 권으로 그 깊이를 가늠한다는 것은 제 욕심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저처럼 와인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 책 읽기에 도전해보세요.
피카소의 말처럼, 우리의 본능과 두뇌를 깨우고 우리의 생각도 변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본문 p 20~21>
로댕이 말했다.
"예술이란 인내와 정성을 요구하는 것, 그리고 노동없이는 불가능한 것" 이라고.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위대한 와인 뒤에는 인간의 뜨거운 열정이 숨어있다.
p38~39

"미술은 미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기준과도 무관하게 우리의 본능과 두뇌가 창안해내는 것이다."
<중략>
"예술은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예술은 언제나 현재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표현 수단을 바꾼다고 해서 정신이 바뀌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할 권리가 있다"
p324~333 < 피카소의 말 >
* 인디캣책곳간을 통해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