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그리운 날에
김형규 지음 / 좋은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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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좋은땅'에서 이번에 새로 출간한 [사람의 향기 그리운 날에]는,

현직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자 '운외창천(雲外蒼天)의 세상바라기'

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신 김형규님의 시집이다.


평소 소설을 더 즐겨 읽는 내게 '시'는 언제나 낯설다.

무심코 지나치다 우연히 발견한 야생화가 내 발길을 붙잡듯

시를 읽다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안의 감성들을 끄집어 내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다.


더욱이 올 여름의 유난히 길었던 폭염을 견뎌 내고

이제 산들 바람이 마악 불어오는 찰나에 만난 시들은

가을 맞이에 딱 안성마춤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고,

친지가 모이고,

옛친구가 모이는 추석이란 명절이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엔 들썩이는 잔치에도 참석해 보고

한가로이 시를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시집은 그래서 좋다.

단박에 읽고 나서 잊혀지는 글이 아니라

곁에 두고 야금 야금 읽어 가며 음미할 수 있으니.


시인이 얘기하는

일상 속 편린들을 주워 모아

나 만의 소중한 흔적들을 곱씹어보며

시인의 흉내를 내보는 건 어떨까.


빛바랜 오랜 기억처럼 아스라이 달아나는

일상 속 편린들.

소중한 흔적들을 하나하나 붙들어 모은다.

가만히 펼쳐 본다.

내 삶의 인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프롤로그 中>


프롤로그에 쓰여 있는 표현처럼

작가의 일상을

1.동행 - 가족 그리고 친지,

2.생의 풍경 - 인간 그리고 자연,

3.강물처럼 - 학교 그리고 사회

이렇게 3가지 챕터로 나누어 시인만이 낼 수 있는 언어와 감성으로 그 흔적들을 펼쳐냈다.


그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와 닿는 두 편의 시를 이곳에 적어 본다.



산다는 건

거품으로 부풀어 오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비눗방울 같은

세면대에 묻어나는 한 줌 머리카락 같은

이 문장은 정말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도 참 좋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다.

반 백년 이상은 살아봐야 이 문장의 뜻을 제대로 알 것 같다.

그만큼 시인의 깊은 내공이 엿보이는 시이다.



열 아홉,

나머지 하나를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는 금기(禁忌)의 시간들

불투명한 미래로 흔들리는

습작 같은 인생

그래,

행간을 밝히는 눈동자로

때로는 치기(稚氣)를 잠재우는 불면으로

숨겨진 조각을 찾아

삶의 무늬를 맞추어 가는

고뇌 어린 몸짓

자박자박 내딛는 걸음마다

세상의 중심을 향한 길이라는

믿음 하나로

뚜벅뚜벅 정진(精進)하는

몸살 앓으며 비상(飛翔)하는

그렇게

튼실히 영그는

뜨거운 목숨들이여

고등학교 선생님으로서 고3 제자들을 보는 눈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시이다.

불투명한 미래로 흔들리는

습작같은 인생

고3 수험생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던지는 말처럼 들린다.


이런 시인을 선생님으로 둔 제자들은 정말 행운아들이다.^^*



* 인디캣 책곳간을 통해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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