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이라는 착각 - 확신에 찬 헛소리들과 그 이유에 대하여
필리프 슈테르처 지음, 유영미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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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선의를 도입부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투약치료에 따른 부작용과 누명을 쓴 사례를 들어 사람을 함부로 정신병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사항부터 알려주고 시작합니다. 막연히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는 식으로 무의미한 교훈을 나열하지는 않습니다. 근거를 가지고 차근차근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여겼던 기준이 얼마나 취약한지 설명합니다. 우선 나부터 확신에 안주하지 말고 그 확신이라는 가설을 검증하라고 합니다. 결론은 교훈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공감을 해야 무슨 취지인지 알게 됩니다. 그렇게 연습하고 실천하다 보면 결국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모처럼 삶의 등대가 될 책을 만났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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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유토피아 - ‘테크네의 귀환’ 이후 사회와 현대 미술 카이로스총서 70
안진국 지음 / 갈무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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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종사자로서 빅데이터와 AI 일을 해오며 사업적인 주제에만 관심을 두었지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사안과 AI human에 드리운 성적대상화 정도만 심각하다고 보았다가 최근에 ChatGPT 열풍이 불면서 AI 윤리가 우리 사회 근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겠다는 우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대학원 수업에서 소개 받았습니다. 예술 분야에서도 AI는 물론 기술발전상이 아주 중요한 주제였음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예술은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미술비평가인 '불타는 유토피아'의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낯설지 않은 첨단기술과 시사를 다루며 인류의 미래까지 논의를 넓혀 나갔습니다.


책표지의 소개글을 보면 다 아는 얘기 같고 딱히 흥미롭지 못합니다. 틀린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만 제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재미를 표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다 이랬을까 싶기까지 합니다. 반면 본문에서는 결코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구독자가 2백만 명이 넘는 침착맨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imChakMan_Official)은 가끔 과학, 역사를 주제로 전문가(박사, 교수 등)가 나와 몇 시간씩 교양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자 강연회가 유튜브에 올라가 있기는 합니다.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pCVgH1w60dI&t=1890s, 질의응답: https://www.youtube.com/watch?v=YLIpFNwZEEE)


이 책을 출간한 시점은 ChatGPT가 나오기 전입니다. 그래도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고봅니다. 오늘 검색해보니 저자는 AI가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기사를 이미 썼습니다. (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30834) 이 책에서 이어지는 내용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타는 유토피아'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전세계적인 변화에 마냥 휩쓸리지 않으며 가치 기준을 올바로 세우는 데에 도움을 줄 거라 봅니다. 공무원과 전산쟁이들은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읽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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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우연 - GPT와 추출적 언어학 한 시간 총서 8
이계성.언메이크랩 지음 / 미디어버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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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알게 된 책입니다. 상당히 얇은 책자라 금세 읽었습니다. IT 업계 종사자로서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미 알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특기할 만합니다. IT업계에서 출발하지 않은 이가 필요에 따라 IT를 익힌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 중 하나인 언메이크랩(https://www.unmakelab.org/)의 작품은 참신했습니다.

 

AI는 끝없는 징벌로 고통 받는 시시포스라는 고정관념을 이리저리 비틀어 결과를 내놓습니다. AI 답습니다. 전산쟁이라면 어쩌라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할 겁니다. 소재를 바꿔 표현하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GPT-3 모델을 기반으로 자연어를 생성하는 AI를 활용하여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모션 트래킹과 가상인간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하면 흥미롭다고 여길 거라 봅니다.

 

이제 AI를 쓰는 장벽이 정말로 낮아졌습니다. 여러 업계 전문가들이 AI 기반이 아닌 AI를 활용하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이미지 생성 AI 기능을 아주 잘 사용하는 이는 이미 포토샵을 잘 다루던 전문가입니다. 텍스트 생성 AI를 아주 잘 사용하는 이는 논문과 기고 작성에 바쁘던 전문가입니다. 당장은 AI를 활용하는 도구가 없는 업계라 해도 조만간 생길 거라는 예측에 의구심을 품지 않습니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낮아진 장벽으로 AI가 줄 혜택을 기대합니다.

 

이로 인해 세상이 대체 어떻게 변해갈지 확신할 사람은 없습니다. 제 정신인 AI 전문가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사기꾼만이 확언합니다. 때문에 언메이크랩과 다른 예술가들이 AI를 사용하여 만든 작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백남준 작가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동원하여 기술의 한계를 넘나드는 데에 예술가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백남준, 슈야 아베,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1969/1972 ⓒNam June Paik Estate

https://prenjp.ggcf.kr/archives/exhibit/tvi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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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온 머신러닝 - 전2권 - 사이킷런, 케라스, 텐서플로 2로 완벽 이해하는 머신러닝, 딥러닝 이론 & 실무, 3판
오렐리앙 제롱 지음, 박해선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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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AI 일을 시작한 이래로 머신러닝 책을 꽤 읽었습니다. 간혹 아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입문서를 떼고 나면 그 다음에 할 만한 게 썩 마땅하지 않고, 심화서를 펼치면 저자가 요구하는 배경지식이 제 경험과 상이할 때가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 소개를 더 하기도 하고 선수과정을 안내하기도 합니다만 딱 맞아 떨어지지 않곤 했습니다. 흔한 일입니다.


'핸즈온 머신러닝(3판)'은 이전판에 비해 분량부터 압도적입니다. 살짝 놀랐습니다.



분철한 채로 나와서 가지고 다니기에 편합니다. 출판사가 잘 배려했습니다. 1권이 2권보다 두껍습니다. 머신러닝의 기본 개념부터 유용한 수준이면서도 기본적인 학습 절차를 다룹니다. scikit-learn(sklearn) 라이브러리를 요모조모 빠진 구석 없이 사용합니다. 그러면서 파라미터 공간은 무엇인지 epoch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통계 지식이 없는 독자는 경사하강법 같이 많이 들어보았어도 익숙하지는 못한 개념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도식 설명부터 코드 설명까지 일일이 챙겼기에 수식은 이해하지 못해도 무방합니다.


2권부터는 1권 말미에 맛만 봤던 딥러닝에 본격적으로 들어갑니다. 1권을 달달 외울 필요는 없지만 scikit-learn에는 익숙해지고 나서 2권에 들어가기를 권합니다. scikit-learn이 다루는 전통적인 통계와 데이터마이닝 기법은 머신러닝에 이어집니다. 반면 딥러닝은 최근 들어 아이디어와 기법이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상당 부분이 TensorFlow와 Keras 코드이더라도 다른 많은 부분은 scikit-learn과 파이썬 기본 기능입니다. 기본적인 코드의 기능이 다소 낯설다면 결국 TensorFlow 부분마저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더구나 이미지, 텍스트 데이터를 넘나들고 생성 AI와 강화학습까지 언급하기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입니다. 큰 모델을 다루며 GPU RAM까지 들여 봐야 하므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일들이 어렵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용기를 내어 완독하기를 바랍니다. 완독하고 나서는 Kaggle을 둘러 보았을 때에 쉽지 않은 주제는 있겠으나 시작하지 못할 주제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욕심내지 않되 끈질기게 읽어내면 얻는 게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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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듣기 - 스트리밍과 노이즈캔슬링 시대에
데이먼 크루코프스키 지음, 정은주 옮김 / 마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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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2 파일은 PC통신 나우누리에서 본 적이 있고 냅스터는 쓴 적이 없고 소리바다는 좀 쓰다 말다 하던 중에, 어느새 온라인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타워레코드는 이제 정말 옛날 얘기입니다. 이 책은 옛날이 좋았다는 식의 아날로그 예찬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시간을 줍니다. 작금의 디지털 음원은 쨍하니 맑고 깨끗함이 미덕입니다. AI를 포함하여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날로그 음원이 곁들여 주었던 느낌을 다시 찾을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레코드니 바이닐이니 하는 어휘가 생소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유달리 아날로그 매체(media)에 관심을 가지는 또래도 있을 겁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날로그 특유의 부수적 정보가 주는 느낌을 좋아해서일 겁니다. 부수적 정보라 함은 디지털 음원과는 달리 없애지 못하는 잡음과 더불어 여러 소리들이 어우러지는 현장감 등을 일컫습니다. 어떻게 보면 낭만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과거사가 낭만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을 읽다가 본받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디지털, 아날로그 음원 얘기 외에도 음악 사업 분야 여러 방면의 기술을 다루면서도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술술 읽힙니다. IT 업계에 종사하며 의사결정권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해온 터라, 이해하기 쉽도록 거부감 없이 필요한 만큼 기술과 원리를 설명하는 솜씨가 부러웠습니다.

<책 뒤표지>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듯한 구성은 지루하지 않게 합니다. 사전 지식 없이 완독하고 뒤표지에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발견하여 저자가 언급한 파드캐스트 방송 사이트를 찾았습니다. (https://www.radiotopia.fm/showcase/ways-of-hearing) 2017년에 방송했던 시즌을 책으로 옮겼던 모양입니다. 방송은 무료로 청취 가능합니다. 언제가는 저도 이런 구성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책을 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갑게 느껴지곤 하는 기술을 따뜻하게 전하고 싶습니다. 마음부터 따뜻하게 먹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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