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가 미끄러지며 멀어져갔다.
모든 게 늘 미끄러지며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왔다가, 잠시 머물다가, 다시 떠난다.
그날은 그 열차가 친구 같았다. 열차가 떠나갔을 때 내 안에서 뭔가가 곱드러지는 느낌이었다. 거리에는 나뿐이었다. 여전히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짧은 행복은 떠나가고 슬픔이 아주 천천히, 꼼꼼하게 나를 찢어 열었다. 도시의 불빛들이 허공을 뚫고 다가와 나를 향해 팔을 뻗었지만, 나는 절대 그 빛이 나에게 닿지 못하리라는걸 알고 있었다.
_마커스 주삭,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