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가 미끄러지며 멀어져갔다.
모든 게 늘 미끄러지며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왔다가, 잠시 머물다가, 다시 떠난다.
그날은 그 열차가 친구 같았다. 열차가 떠나갔을 때 내 안에서 뭔가가 곱드러지는 느낌이었다. 거리에는 나뿐이었다. 여전히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짧은 행복은 떠나가고 슬픔이 아주 천천히, 꼼꼼하게 나를 찢어 열었다. 도시의 불빛들이 허공을 뚫고 다가와 나를 향해 팔을 뻗었지만, 나는 절대 그 빛이 나에게 닿지 못하리라는걸 알고 있었다.
_마커스 주삭,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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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
옥타비아.
나.
그리고 맥주가 식탁 한가운데 앉아 땀을 흘리고 있었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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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그러나, 고통스러웠다.
진실은 잔인하게 내 속을 할퀴며 나는 나일 뿐이라고, 나에게는 승리가 당연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곳은 싸워서 얻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내 마음의 메아리와 발자국들 속에서. 어떤 면에서 보자면, 나는 쓰레기를 뒤지듯, 괜찮다고 위로받는 순간을 찾아 헤매야 했다.
_마커스 주삭,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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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가 아팠는지,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외롭게 버티고 있었는지. 단지 그의 곁에는 고통밖에 없었고, 그를 구원해주거나 아니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이 있나?" 하고 이마를 짚어줄 사람조차 없이, 고통으로 몸을 감싼 채 혼자 밤을 지새웠다는 것을 이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한다.
_김동영•김병수, <당신이라는 안정제> 중에서,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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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란한 목소리에 에이미는 잠이 깼고 침대에 누운 채 막연하게나마 어른들 세계의 가련한 타락을 감지했다. 그 세계란 것은, 어리석음과 실수로 누덕누덕 기운 낡아빠진 삼베 조각처럼, 얼마나 조잡하고 보잘것없고 쓸모없고 추한 것인가. 그런데도 그들은 결코 그곳이 가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것을 지적하면 분통을 터뜨린다.
_존 치버, <진의 슬픔> 중에서; 존 치버 단편선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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