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요시노 사쿠미 그림, 황선희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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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내 안의 여러 가지 감정들과 만나게 된다.

그 감정들을 있는 대로 늘어놓으라 말한다면, 아무리 어휘력이 발달한 사람이라도 30가지를 넘기기는 힘들 듯 보인다. 그만큼 우리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 미묘한 감정 뉴런 속에서 헤매고 그것의 정확한 정체도 모른채 시달리며 매일을 살아가는 딱한 존재라는 이야기다.

 

뭐지? 이런 시시한 기분은?

설마 나만 울적한거야?

 

가스가 다케이코라는 한 필력좋은 정신과 의사가 낸, 그 이름도 소박하기 짝이 없는 ‘별볼일 없는 인생 입문’이라는 책을 통해 과거 수십년간 나를 지배해오던 알 수 없는 부정적인 느낌들의 정체가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떠오른듯하다.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상처받고 외로운 영혼들을 도닥도닥 위로해 주는 책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딱히 해결책을 제시해주려고 쓴 책도 아닌 듯 하다.

그저 자신의 과거 일화들을 곱씹듯 끄집어내어, <절망감,상실감,혐오감,허무감,고독감,초조감,무력감,과대감,죄책감,불안감,피해감,공허감,위화감>을 이야기 하고 있을뿐.

어쩌면 하나같이 힘이 쭉 빠지는 주제들로 잘도 골랐을까.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어쩐지 기묘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에 바탕이 되었다는 ‘위화감’이 그의 글 속에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자신이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과대망상증에 빠진 환자를 향해 진심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싶었다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보통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글로서는 완곡하게 표현하기 마련이다) 너무나도 솔직하고 담백하고 도시적이고 외동아들스러운 생각이 시니컬한 화법과 어우러지니 세련되지만 어딘가 그로테스크해보이기도 하다.

인생 뭐 있나.

“나 자살할거야” 하는 사람에게 “뭐?무슨 얘기했어?라고 말하는 친구가 옆에 있다면 그토록 대단한 ‘자살’이라는 사건마저 아무것도 아닌 에피소드로 끝나 버리는 것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절망스럽고 우울한 감정들 속에 숨겨진 쾌락을 맛보고 싶다면 인생자체가 별볼일 없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을 두손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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