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미국의 핵전력 - ‘핵무기 있는 세상’의 실체에 접근하는 취재 기록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와타나베 다카시 지음, 김남은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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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핵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슈퍼파워국 미국의 핵전력을 조명한 책이 새로 나왔다. <슈퍼파워 미국의 핵전력>은 냉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핵보유국들이 인류를 위험에 빠트릴 것으로 예측되는 핵무기 '억지'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사해 소개했다.


이 책은 핵무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주재의 신문기자가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미국 핵전력의 최전선을 방문해 현지 부대를 직접 취재한 르포르타주, 즉 보고 기사이다. 저자는 핵무기 제조에 거점이었던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미국의 피폭자들을 만났는 한편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에서 핵정책을 담당했던 정부 및 고위관리도 취재해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p.18

미국 핵전력의 3대 축은 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이들은 사정거리가 길어 저의 본토를 공격하여 적이 전쟁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전략핵'으로 자리 잡았다. 사정거리와 위력이 한정적이고 전장에서의 사용을 상정하고 있는 것은 '전술핵'이다.


p.55

2020년 미군은 괌 등의 전방 거점에 전략폭격기를 상주하는 대신, 미국 본토 기지를 거점으로 중국, 북한, 이란 등을 견제하는 기동적 운용으로 전환했다. 이는 '동적 전력 운용'이라는 미 국방전략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미국 부대 배치를 보다 기동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적의 예측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핵전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지상에서 발사되어 전 세계 어디든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에서 발사되어 전 세계 어디든지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공중에서 발사되어 전 세계 어디든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폭격기'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핵무기에 대해 핵무기로 대응하려는 핵보유국과 핵폐기를 요구하는 비핵보유국과의 간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현대사회에서는 사이버공격으로 인해 오경보와 오발사의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또한 전후 2000번 이상의 핵실험이 진행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피폭자가 발생했고 인류의 건강문제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p.108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프라하에서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호소했지만, "아마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했으며,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적을 억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핵전력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억지력 유지'라는 기본방침은 역대 미국 정부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p.135

이날 발사실험은 미국 본토에 실전배치된 400여 기의 ICBM 중 무작위로 선택하여 미사일 성능을 시험하는 통상적인 발사실험과 달리, 예비 미사일을 발사해 신형 기폭장치를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기폭장치는 ICBM에 탑재되는 W87 핵탄두를 폭발시키기 위한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오랫동안 평화를 누려왔지만 지난 2022년 2월에 발발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저자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고리로 서방 진영의 전례 없는 단결이 초래되었고, 그로 인해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등의 관계는 탈냉전시대 이후 가장 큰 긴장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핵공격 위협 협박의 현실화라는 위험한 징후가 표출되면서 주요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과 더불어 무력충돌 가능성도 증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러시아의 푸틴은 핵무기 존재를 과시하는 행동을 자주 보여주고 있는데, 러시아와 함께 중국도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며 좌시하지 않고 있다.


p.174

모니즈 씨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안보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강화했다. 저위력 핵을 잠수함에 실전배치하는 것은 전혀 불필요한데,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췄다. 핵무기 현대화 예산도 증액했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보인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핵무기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p.201

오랫동안 비밀로 유지되어 왔던 핸포드 핵시설의 방사능 유출 문제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사람은 현지 신문기자였던 카렌 스틸 씨다. 레이건 행정부가 핵군비 확장을 추진했던 1984년, 한 통의 전화가 스틸 씨에게 걸려 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핵시설의 직원이었다. 방사능 유출이 의심된다는 내부고발이었다. 곧이어 시설에서 플루토늄 40kg이 분실된 의혹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조사하고 있다는 문건을 입수하여 보도했다.



저자는 자신이 취재한 각지의 르포와 당국자,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핵무기에 안전보장을 의존하는 위험성을 드러내고자 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는 핵보유국의 지도자가 냉정함을 잃고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위험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 책은 핵무기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핵무기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현황을 알리는 한편 그 억지력의 실체에 대해 상세하게 짚었다. 특히 냉전시대 종결 이후 오늘날까지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핵무기 억지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핵전력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고 어떠한 과제를 안고 있는지 소개했다.


또한 미국의 핵전력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방사능 유출과 오염, 피폭자 등의 부작용, 미국 내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반핵운동과 그 움직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해 현재 미국의 핵전력은 물론 핵정책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포스팅은 에이케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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