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세상을 바꾼다 - 홍사훈의 경제 브리핑
홍사훈 지음 / 베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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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20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 비전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다. 그런데, 다른 건 다 접어 두고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인가?


KBS에서 31년째 방송기자로 활동 중인 홍사훈 기자가 펴낸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를 읽어 보면, 공정과 상식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의 말처럼 책을 읽다 보면 화가 난다. 그는 이 책에서 30여 년 동안 취재하며 다뤘던 여러 사안들 중에서 최근 큰 이슈를 불러 모았던 세 가지 경제 사안에 대해 기자의 취재노트를 추려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진행을 맡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에서조차 충분히 담아낼 수 없었던 현재 진행형 경제 의혹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현재 법적인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기자의 사명감으로 탐사보도하고 있는 사안들을 이야기하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p.31

2013년 서울검찰청 중대범죄 수사과에서 한 시중은행과 연관된 횡령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인 '정OO'의 노트북을 압수합니다. 노트북에는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벌어졌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과정과 방법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p.68

2021년 12월 3일, 검찰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선수 이OO 등을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권오수 회장과 선수 이OO 등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다 2022년 4월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는 불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영부인이 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나 서면조사가 있었다는 얘기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없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첫 번째 주제는 한국 자본시장을 후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바로 '주가조작'에 대한 이야기다. 20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렸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이 얼마나 자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그동안 취재해서 모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전과정을 정리해 소개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다툼이 될 만한 사항은 배제했다고 하지만 현 영부인이 참여해 벌어진 의혹의 시선은 여전히 떼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주가조작 사건으로는 4,000여 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라임펀드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주식 시장에서 주가조작과 무자본 M&A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실제 피해 사례들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 그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p.76

2019년 10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 라임자사운용이 고객들이 맡긴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도이치모터스와 달리 라임자산운용은 주가조작이 실패하면서 환매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번졌습니다. 라임이 왜, 어떤 방식으로 주가조작에 뛰어들었는지 그 과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p.98

결국 라임자산운용은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하고 보름 뒤 환매중단을 선언하게 됩니다. 4,000여 명의 피해자가 생겼습니다. 이인광은 조OO은 이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그리고 조OO은 2021년 3월 검거됐습니다. 그러나 이인광은 도주한 지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적은 오리무중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대륙붕 제7광구에 대한 이야기다. 남해 대륙붕 7광구는 실제 존재하는 영토로, 한반도에서도 석유를 자원으로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1960년대 UN에서 자원 탐사한 결과, '또 하나의 페르시안 걸프'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석유 자원의 매장 가능성이 큰 유전 지역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본의 방해로 시추는 커녕 제대로 된 탐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계약이 만료되는 2025년 6월 22일을 기점으로, 7광구가 일본의 지역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공동 개발이라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약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그럼 우리가 단독으로 개발하면 안 될까? 만약 한국이 단독 개발에 나선다면 그거야말로 일본이 바라는 바라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이 조약을 어겼다고 조약 파기를 선언하며 국제 재판으로 끌고 갈 심산이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착잡해진다.


p.107

7광구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일본과 공동개발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중지된 상태입니다. 더구나 6년 뒤 2028년 7광구 전역이 일본 영토로 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른 건 몰라도 영토분쟁에서 '조용한 외교'란 없습니다. 조용하면 뺏기는 겁니다.


p.162

부동산은 버티면 이긴다는 말이 역시 맞았습니다. 2022년 4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를 1년간 유예시켜준다는 정책이 시행됐죠. 내년 5월까진 양도세 중과세하지 않을 테니 그 안에 살 집만 남겨두고 다른 집은 다 팔아라, 팔지 않으면 종부세 엄청 나와서 큰 부담이 될 것이니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세 번째 주제는 부동산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은 왜 투전판이 됐는지, 어떻게 집값을 올리는 신호탄이 됐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그는 낡은 주택 100채를 허물어서 200채를 공급하는데 집값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며, 너무나 많은 공적 혜택을 공짜로 부여하다 보니 불로소득이라는 썩은 고기를 노리는 투기꾼들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경찰 내사보고서에서 확인된 사안을 비롯해 라임펀드 사기에서 등장한 주가조작 선수에 대한 이야기, 제7광구 개발 중단 관련한 일본의 전략과 우리의 불분명한 대응 과정, 그리고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이권 싸움에서 현재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태 등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홍사훈 기자는 치밀한 팩트 체크와 날카로운 분석으로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한편,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의혹들에 여전히 관심의 잣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살펴봐야 할지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베가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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