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 나쁜 신념과 정책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가
폴 크루그먼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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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위협하는 나쁜 신념과 좀비 정책에 맞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따끔한 지적이 돋보이는 책이 새로 나왔다.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지난 20여 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경험했던 거의 모든 정책 실험과 이를 둘러싼 사회경제 담론 논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의 대부분은 신문에 발표된 논평이다. 저자인 폴 크루그먼은 바이든 이전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각종 실책들을 '좀비'에 빗대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실책들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저자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감세 정책과 무역 분쟁 같은 좀비스러운 아이디어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쌓아온 미국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며 불평들을 심화시켰다고 봤다. 또한 재정을 망가뜨리는데도 일조했다며, 그중 하나로 '감세 좀비'를 들었다. '감세'란 말을 쓰고 있는 이면에는 '부자 감세'로, 성장을 기대했지만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소득불평등을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p.21

요컨대 코로나19 부정론은 기후 변화 부정론이나 감세 옹호론처럼 좀비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결국 좀비 대재앙이 닥쳤는지도 모른다.


p.31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정책은 엄청난 참사였다. 수천 명이 아무런 까닭 없이 생목숨을 잃었다. 심각하지만 짧았을지 모를 경기 침체가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 어쩌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이것이다. 다 좀비 탓이다.


p.59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재임 중에 일어나는 온갖 좋은 일을 역대 최대이자, 최상이지ㅏ, 최고라고 공개 석상에서 즐겨 자랑한다. 예컨대 일자리 증가나 중가 상승 등이다. 그러면 사실 확인 기관(팩트 체커)이 끼어들어 얼른 그 주장이 거짓임을 밝혀낸다.




저자는 지구촌의 통합도가 한층 높아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의 각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비슷한 현안과 당면 과제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과 분배, 감세와 증세, 국가부채의 증대와 감소, 사회 복지의 확대와 축소, 기후 위기를 비롯해 여러 현안들이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환경 문제,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일자리 창출과 실업 문제, 이민 정책, 자유무역과 보호주의,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방임 등 수많은 논제들이 지금도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러한 논쟁들에 대한 좀 더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무역 전쟁을 비롯해 불평등 문제, 보수주의, 사회주의, 기후변화 부정, 트럼프 정치의 본질, 가짜 뉴스로 판을 치고 있는 언론 좀비, 사회보장 제도의 불안, 보편적 의료 보험의 실상을 비판하고 있다.


p.77

감세는 확실히 미국 국민 대다수를 더 가난하게 했다. 감면된 법인세 3분의 2가 미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는 반면, 주식 84퍼센트가 미국의 상위 10퍼센트 부유층의 수중에 있다. 나머지 90퍼센트의 국민은 감세로 그 어떤 이익도 거의 얻지 못한다.


p.130

보수주의자들이 터트리는 실망과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월스트리트 저널>과 이러저러한 보수주의 대변자들이 보인 반응은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은 보수주의의 집권 아래에서 불평등이 빠르게 심화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하기는커녕 그 사실을 부정하고 그 교훈을 저격했다.


p.150

최근 들어 불평등이 전 국민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2011년 9월] "윌스 트리트를 점령하라"가 그 쟁점을 더욱 부각했고 의회예산처가 점점 벌어지는 소득 격차와 관련해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더구나 계급 없는 사회라는 신화가 민낯을 드러냈다. 부유한 국가 가운데 미국은 두드러질 정도로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할 가능성이 큰 국가다.




또한 오바마케어, 금융 거품, 위기 관리, 긴축 문제, 유로화 문제, 경제학의 위기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분석해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원본은 2020년 1월에 출간됐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며 팬데믹으로 전환되기 전이다.


폴 크루그먼은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도시들이 유령 도시로 변해 버렸다고 말했다. 외식부터 쇼핑까지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멈추면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침체보다 몇 배 더 깊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21세기 들어 20여 년간의 전 세계 주요 정책 논쟁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되고 해묵은 실패한 정책들이 좀비처럼 되살아나 어떻게 공공 정책과 사회 변혁을 위한 정책들을 물고 뜯고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173

연방 하원 다수당 원내대표 에릭 컨터가 놀랍게도 예비 경선에서 패배했다. 얼마나 큰 사건일까? 매우 큰 사건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대선부터 버락 오바마의 대선까지 미국 정계를 쥐락펴락하던 - 그리고 많은 전문가가 올해는 부활할 것으로 내다본 - 운동 보수주의가 우리 눈앞에서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p.233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나 또한 어느 누구 못지않게 얼얼한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힐러리 클린턴을 조롱하는 언론의 태도가 근심을 더했다. 그 주제는 이 책 다음 장에서 언론 문제를 다룰 때 톺아보려 한다. 그런데 나는 공화당이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사실에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 그의 행동거지가 어느 모로 보나 비판론자들이 경고한 만큼 경박하다는 점에도 그러했고, 트럼프를 제어할 힘이 늘 충분했던 하원에서 공화당이 사실상 그 부패와 잔학의 독기에 가세해 왔다는 점에도 그러했다.


p.319

수십 년 동안 보수주의 진영은 정부 제도는 늘 비대한 관료 체제를 낳고 민간 부문은 항상 군살 없는 높은 효율성을 낳는다는 시장 전략으로 미국 국민을 설득해 왔다. 그런데 퇴직 후 소득 보장 제도를 살펴보면 실상은 정반대다. 사회 보장 제도는 세수에서 99퍼센트 이상이 혜택으로 돌아가며 1퍼센트 미만이 간접비로 들어간다.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에 등장하는 '부자 감세 좀비' 외에도 과학이 밝혀낸 결과도 무시하는 '기후 변화 부정 좀비', 저소득층 지원을 줄이고 실업률을 방치하면서 경기 회복에는 아무런 순기능을 하지 못한 '긴축 좀비', 경제 불평등을 부정하는 '불평등은 없다' 좀비, 불평등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4차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기술격차 좀비' 등 참고할 사항들이 많다.


특히 이 책은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인 사항에 대해서 짚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겹치는 대목들이 상당수 많이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5월, 우리나라도 새 정부가 출범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출범한 새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들이 발표됐다가 비판과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만 5세 조기입학 학제 개편안'이었는데, 학부모들의 거세 반발로 개편안을 제시했던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자의 말처럼 무덤에나 들어가야 할 정책들이 좀비처럼 되살아난다면 우리나라도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부디 정책 입안자들이 이 책을 참고해서 국민들을 위해 올바른 정책들을 펴주길 기대한다. 또한 국민들도 정부 정책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 포스팅은 부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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