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 - 미디어 제국을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박홍경 옮김 / 책세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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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진실에 대한 알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폭로와 비방, 흑색선전 등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 못지 않게 언론 개혁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가운데 음모론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은 책이 새로 나왔다.


마케팅 컨설턴트인 라이언 홀리데이는 <컨스피러시>에서 한 미디어 제국을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언론에서 공개한 '음모'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고 끝을 맺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전 WWE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본명 테리 볼레아)과 가십 전문 매체인 고커(Gawker) 미디어의 소송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야기들에 주목하고 있다.


p.6

어떨 때 음모라는 말을 쓸까? 은밀한 곳에서 일을 꾸미거나 어리석은 이론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음모는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현상을 뒤엎거나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호하고 조직적인 행동에 나서고 비밀리에 실천하는(음모에는 항상 비밀이 따른다) 일이 포함된다.



1980년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무렵, 미 프로레슬러로 활동했던 헐크 호건의 인기는 굉장했다. 당시에 그는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하루 아침에 그의 명성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는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며 언론으로 알권리를 제공했다는 고커 미디어와 법정 소송을 벌인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헐크 호건이 비디오가 공개되지 않도록 고커를 상대로 소송을 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비디오에 담긴 그의 부적절한 내용 외에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큰 곤혹을 치룬다.


하지만 소송 사건은 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침묵을 거래하는 손]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이 사건 뒤에 있던 새로운 인물이 부각된다. 그는 고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탔던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인 피터 틸이었다.


p.151

고커는 이제까지 도전해온 강력한 상대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상대도 무너뜨릴 것을 자신했다. 프로레슬러라니? 레슬링이라면 고커도 자신 있는 경기였다.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손쉬운 게임이면서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쫓아버리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해서 고커는 싸움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당시 고커 미디어는 유명인의 사생활을 까발려 대중의 조롱거리로 만들거나 그로 인해 자사 미디어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활용했다. 또한 잡지나 기사 판매고를 통해 수익을 높이고 새로운 일을 폭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소위 옐로우 페이퍼라 부르는 매체들의 부정적인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들의 행태에 반대하는 여론도 뜨거웠지만 고커 미디어를 파산시킬 목적으로 헐크 호건 사건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며 판을 키운 피터 틸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결국 긴 소송전 끝에 법원은 헐크 호건의 손을 들어 준다. 고커는 1억 4천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 파산 신청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이 책의 저자는 언론의 자유를 어느 선까지 줄 것인지에 대해 묻는 한편, 돈과 권력을 가진 피터 틸과 같은 인물이 언론과 법을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통제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고커는 피터 틸의 심기를 여러 차례 건드렸다는 이유로 파산까지 하게 됐는데, 이러한 결론이 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추적했던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음모론에서 시작됐다는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p.259

고커의 예상대로라면 몇 달에 마무리됐어야 할 사건이 어느덧 수년 동안 이어졌다. 이 사건은 양측이 치고받으면서 피드백 루프(어떤 원인으로 나타난 결과가 다시 원인에 작용해 영향을 주는 원리)의 강도가 점점 세졌다.



1997년에 나왔던 영화 [컨스피러시(Conspiracy Theory)]는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로 큰 인기를 모았다. 뉴욕시에서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는 제리(멜 깁슨)는 자신이 만든 음모가 실제로는 엄청난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검은 손이 그를 쫓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도 음모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 나오고, 언론이 어디까지 공개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팩트나 정의는 가십이나 가짜뉴스에 묻히는 경우도 많다.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로 읽기 시작한 책에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유명인이 거짓말 하는 건 안되지만 과장하는 건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테리 볼레아는 헐크 호건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인생을 살았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캐릭터의 설정에 맞춰 행동했지만 사생활에서 한 행동은 헐크 호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말을 인정한다고 해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는 어떤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해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



이 포스팅은 책세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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