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여왕
가와조에 아이 지음, 김정환 옮김 / 청미래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명의 수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나쟈와 요정들의 환상적인 모험기



<수의 여왕>은 저마다 자신의 운명수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운명수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이 소설은 운명수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쟈와 요정들이 펼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이상한 나라의 폴>이 떠올랐다.


<이상한 나라 폴>에서도 폴은 딱부리, 삐삐, 찌찌와 함께 대마왕이 잡고 놔주지 않는 니나를 구하기 위해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난다. 장난감나라, 카드나라에는 대마왕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버섯돌이가 훼방꾼으로 등장한다. 니나를 구하는 날 때까지 이상한 나라로 폴의 모험은 계속되었는데, <수의 여왕>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몹시 궁금했다.



요정들의 리더인 멤은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수의 여왕>의 첫 씬은 바깥 세계와 단절된 바위벽으로 둘러싸인 작업실 같은 곳에서 그들의 주인인 여왕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요정들로부터 시작된다. 잠시 쉬는 시간에 멤은 동료 중에서 가장 어린 카흐에게 '운명수의 거품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직감한다. 운명수의 거품화는 수백 년에 이르는 수명과 건강한 몸을 타고난 요정들을 괴롭히는 유일한 질병을 말한다. 나이를 먹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자에게만 나타는 병이다.


한편 열세 살이 된 나쟈는 여왕의 양녀지만 왕손으로서의 대우는 전혀 받지 못하고 산다. 나쟈는 <성스러운 전승>의 시작 부분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암송해왔지만 성인식을 치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구절,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암송해야 한다. 실패는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전승


태초에 수(數)가 있었다.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어머니 수. 수의 여왕인 최고신은

대기를 낳고 신들을 낳고 대지를 창조하고

요정을 만들고, 그리고 인간을 만들었다.

어머니 수는 모든 자식에게 수를 하나씩 부여했다.

생명 그 자체, 우리를 형성하는 운명수를...




<수의 여왕>은 운명수로 상대방에게 저주를 거는, 아름답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메르세인 왕국의 왕비에 대항하여 왕비의 양녀가 된 나쟈가 자신의 잔혹한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렸다. 나쟈를 도와 운명수의 비밀을 풀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이들로는 요정 리더인 '멤' 외에도 덩치가 크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인 '기멜', 기멜의 사촌으로 덩치가 큰 '달레트', 말이 없고 신중한 성격의 '자인', 멤의 육촌으로 밝은 성격의 '카흐'가 있다.


왕비는 저주를 걸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나쟈가 좋아했던 왕비의 큰딸 비앙카는 8년 전부터 행방불명 상태다. 저주와 마법의 세계는 <해리 포터>의 구성과 닮아 있다. 요정들의 도움으로 한 걸음씩 성장해 가는 모습도 비슷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수학적인 지식들이 새로운 판타지의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카드 나라의 숫자들이 때로는 질서 정연하게, 때로는 촤르르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야기 구성이 크게 새롭진 않다. <수의 여왕>도 비극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 나쟈가 요정처럼 새로운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운명수라는 사건을 해결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로 이어진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말에 이를 지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된다.


8년 전에 일어난 참극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언니 비앙카가 행방불명된 이후, 나쟈는 메르세인 왕국에서 왕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숨죽이며 살고 있다. 왕국의 왕비이자, 나쟈의 양어머니는 적수에게 저주를 걸어 없애버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우연히 이상한 편지를 받게 된 나쟈는 편지에 적힌 곳에서 신비로운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


거울을 자신의 방으로 가져온 나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거울 속에서는 앞서 나왔던 5명의 요정들이 왕비의 지시에 따라서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운명수'를 분해하는 계산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세계에서는 계산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데, 요정들은 왕비에게 납치되어 감금된 뒤, 억지로 이런 일들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요정들은 나쟈에게 자신들이 이 거울의 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줄 열쇠인 운명수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요정들과 함께 성에서 도망친 나쟈는 '최초의 1인'의 직계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낙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낙원장과 그녀의 딸 타니아를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요정들은 운명수의 거품화를 피할 수 있는 힘을 다시 회복한다. 한편 이들은 이곳에서 왕비와 왕국의 비밀에 대해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왕비의 악행과 언니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 그리고 자신의 운명의 수에 담긴 처절한 슬픔과 마주한 나쟈는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는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수의 여왕>은 보잘것없는 운명수를 가지고 태어난 나쟈가 거대한 운명수를 소유하고 있는 왕비에 맞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수학과 판타지의 만남으로 새로운 세계관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끈다. 청소년들이나 수학을 포기했던 수포자들이 보면 좋을 소설이다. 수를 매개로 한 이야기 전개는 새롭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청미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분석해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1215396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