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씁니다 -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우수진 지음 / SISO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에세이 책들은 그야말로 수돗물 쏟아지듯 콸콸콸 나오고 있다. 나 역시 올해 에세이 책을 몇 권 읽었다. 네이버 블로그, 독서카페, 브런치,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출판사를 컨택하는 방식 등으로 다양한 주제를 담은 에세이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에세이를 씁니다>를 쓴 우수정 작가는 이 책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무언가를 주장하는 대신 오직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취향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오호, 그깟 글쓰기쯤이야. 나도 한번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또, 이 책이 글쓰기의 두려움을 날려버리고, 잘 익은 수박을 쩍하고 자를 때 같은 시원한 사이다 느낌의 글맛을 제공하고,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신묘한 힘이 있다고 전했다.



첫 장에선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작가는 글쓰기 방법에 '기승전결을 지키고 시작과 끝은 어떻게 해라'와 같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유행이 있다고 소개했다. 글쓰기에 대한 어떤 방법들이 난무한다고 해도 결국 그것들은 시대를 벗어날 수 없고, 유행에 따라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을 부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나 유행을 초월한 아주 사적인 영감, 자신만의 생각을 쓴 글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도 이 말에 공감한다. 무슨 글을 쓰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공감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어깨에 힘을 빼고 쓰는 글'에서는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덤벼들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오히려 좋은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필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잘 쓰려고 하기보단 일단 쓰고 나서 고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소설에 대해 써야 할 경우, 한 장면을 붙들고 쓰는 경우가 있다. 작가도 하나의 장면을 상세히 묘사하는 방법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작가는 얼핏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붙들고 쓴다며, 결정적인 순간을 붙잡고 에세이를 쓴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메모한 글귀들이 재밌다.


'오랜만에 책을 꺼내서 한 시간쯤 붙들고 있었더니, 글밭에 눈알을 굴린 듯이 눈알이 몹시 뻑뻑해졌다.'
'스팸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을 찾아가서 죽이는 건 어렵다. 차단은 쉽다.'
'자기애가 높을수록 외모 치장 : 언제는 낮을수록 꾸민다며!'
- 24페이지


'첫 문장이 첫사랑도 아니고'에서는 자신은 첫 문장에 전현 공을 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첫 문장은 단순히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지면으로 옮겨지는 첫 지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명언을 빌려 글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좋은 한 문장을 뽑아내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면 두 번째 문장을 쓰기 어렵다고도 이야기했다.



작가의 말처럼 글을 쓰다 보면, 아니 기고문이나 원고 등을 받아 보면 글 쓰는 사람의 성격이 느껴질 때가 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문단을 나누지도 않고 쭉 써서 보내는가 하면, 교정 한 번 안본 것처럼 글씨도 틀리고 받침자가 맞지 않는 글을 보낸다.

목적어로 써야 할 '을(를)' 자리에 주어에 쓰는 조사인 '이(가)'를 써서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글도 편하게 잘 익히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 다시 써달라고 하기가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보낸 글을 다듬거나 정리해서 보내준다. 단어 몇 개 고치는 것은 괜찮지만 문맥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땐 새로 쓰는 것보다 더 힘들다. 원고를 보낸 사람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많이 읽으면 잘 쓰게 되는지, 출간 제안서 쓰는 법, 타인이 정해준 주제로 글쓰기, 출간 후 비로소 보이는 오탈자, 내 책을 읽어줄 예상 독자를 생각하며 쓰는 글 등 한 편 한 편 재밌는 주제와 작가 특유의 거침없이 쓴 듯한 글이 매력적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난 왜 못 쓰고 있을까에 대해서 약간의 자책도 해본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처음 에세이를 쓰는 사람을 위한 Q&A' 코너가 들어 있다. 빼놓지 말고 꼭 챙겨 보시기 바란다. 책의 마지막 주제로 '여러 번 되새기고 되풀이한 말은 글이다'에서는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성교육 강사 손경이 대표의 이야기를 꺼냈다.

작가는 그 방송을 보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면서 자기 치유를 위해서 떠나보내고 싶은 기억을 글로 쓰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떠나보내고 싶은 기억이라... 이제 나도 에세이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쓸 수는 있었는데 안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6개월 동안 참 많은 책을 읽으며 서평도 쓰고 지냈다. 이제 내 이야기를 써볼 때가 된 것 같다.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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