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 아시아 작가들의 글쓰기와 삶
오정희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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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를 만나게 되면 묻고 싶은 질문 세 가지가 있다. 글감은 어떻게 구하는가, 첫 문장은 어떻게 쓰는가,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이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19명의 글쓰기와 삶에 대해 다뤘다. 특히 이 책에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계간 《아시아》에 실린 산문들 중에서 작가들의 작품론, 작가론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따로 모아 펴냈다.



이 책에는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권 대표 작가들의 산문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글쓰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작업인지에 대한 고백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제목과 맞닿아 있는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 대한 대답도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작가마다 다른 관점과 문체를 엿볼 수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오정희 소설가는 '내게 있어 글쓰기란 엉클린 실꾸리에서 실마리를 찾는 일이고, 문 없는 방에서 문고리를 찾은 일이고 대책 없는 혼란과 혼돈 속에서 길을 내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인숙 소설가는 '나는 어떻게 쓰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나는 왜 쓰는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적어도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독자들이 '나는 어떻게 쓰는가'라고 묻는다면 나 역시 같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다며 '나는 어떻게 쓰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쓰였는가'라고 대답했다.


장강명 소설가는 자신은 랩톱 컴퓨터로 글을 쓴다며, 열아홉 살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486 컴퓨터를 선물 받은 뒤로 계속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건 없건, 몸 상태가 어떻건 간에 매일 꾸준하게, 직업인처럼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수산 소설가는 어떤 고난 속에서도 인간은 창조적으로 재생한다며 그것이 지금 자기가 와 있는 문학적 주소이며, 자신의 소설 <군함도>도 그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군함도>를 쓰기 위해 취재부터 출간까지 27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를 바닥에 깔고 징용과 원폭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료를 준비하고 쓸 수 있는 작가에게 경외감이 생기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박민정 소설가는 오랫동안 자신은 인물을 만드는 일에 제법 자신이 있다고 자부해 왔다며, 인물의 생몰년뿐만 아니라, 소설에 드러나지 않을 각각의 세목들을 자세히 구성해 각 인물의 연표를 만들면 소설의 물적 토대가 훨씬 튼튼하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류전윈(중국) 소설가는 '소시민'이란 단어가 매우 매력적인 묘사의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소규모의 수공업자, 상인, 자영업자, 별 볼 일 없는 지식인 등으로, 자신은 많은 작품 속에서 이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을 묘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가는 소시민에 대해 쓸 수 있지만 소시민의 시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필리핀)는 '여든넷의 나이에 이르러 다 망가지니 삶의 쾌락이라는 것들이 정말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 가지 뚜렷한 기쁨이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열세 살에 고향 마을을 떠날 때 그 마을에 자신을 지탱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은 계속 그곳으로 돌아가 헤어진 친구들, 내가 자란 풀 죽은 동네, 그 너머의 들판을 보았다고 이야기했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일기든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건 쓸 거리 즉 '글감'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삶을 따라가 보면 관찰자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마치 개미굴 속에 돋보기와 현미경을 들이밀어 넣고 개미의 하루하루를 적어나간 것처럼 디테일한 묘사가 압권이었다.


이 책은 작가마다 글감을 찾고 쓰는 방식은 달라도 한 가지 주제로 귀결된다. 바로 자신이 쓴 글이 독자와의 어떻게 교감하고 독자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거울삼아 다음 작품을 써나가는 일련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보단,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관심이 많은 요즘 소설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 그중에서도 소설가를 꿈꾸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를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991901675

아시아 최고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글쓰기와 삶, 창작 과정의 즐거움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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