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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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안전가옥 쇼트에는 강화길 작가의 「깊은 밤들」, 「비망(備忘)」, 「산책」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모녀 이야기이다. 엄마를 닮지 않으려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는 모녀의 모습이 보인다.

특히 「비망」에서는 이혼후 딸을 혼자 키웠고, 끊임없이 전남편과 위자료 때문에 싸웠던 그녀, 게다가 지난 1년간 집에서 나오지 않았던 그녀가 한걸음 내딛어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딸을 이해하는 이야기이다. 제목 '비망'은 한자를 찾아보고 나서 "잊지 아니 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다른 말이었는데, 이제사 생각해보니 딸아이의 바람의 잊지 않기 위한 준비를 실행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홀로 힘들게 살아왔던 엄마를 생의 마지막에서 그렇게 또 벽을 쌓고 살게 될까 걱정이 되었던 딸은 "엄마는 세상을 둘러보면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녀는 1년여를 그렇게 자신을 벽 속에 가두고 살았던 것 같다. 딸의 바람을 잊지 않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게 아닐런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꽃구경을 함께 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말해주지 않아도 닮아만 가는 모녀인데, 왜 그렇게 짜증을 많이 냈었을까. 이렇게 못해줬던 기억만 나고 많은 것이 미안해 지는데, 더 잘해줬을껄 하는 후회만 든다. 내년 봄은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하겠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것처럼 딸아이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또 그렇게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계속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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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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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은 처음 만났다. 아무래도 범죄스릴러를 좋아하다 보니 출간 당시 제목만 보고 끌렸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의 몇번의 대출과 반납을 반복하고 나서 다 읽게 되었다.

강력범죄 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 하는 이야기이다. 현재 형사들의 수사과정과 범인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서 조금 지루한감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작가의 책을 처음 읽다보니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겠고, 너무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이 아니었나 건방진(?) 생각을 했는데, 현실적인 경찰소설을 쓰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수긍이 갔다. 실제 형사들의 검거율은 꽤 뛰어난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수사가 꽤 쉽게 빠르게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범인을 잡고자 하는 집요함이 끝끝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22년이 지난 사건임에도 예전 일을 재정취하면서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으면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경찰을 마주친 새로운 용의자가 도주를 시도하는 순간 '범인이다!'라는 생각에 손에 땀이 쥘 정도이니, 실제 형사들의 마음도 이럴까.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죄 동기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다. 그런데, 어제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남들도 불행해지라고 무차별 칼을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작가가 말했듯이 한국사회의 풍경을 담은 것일까 싶다.

더군다나 작가는 도스도옙프스키의 일가견이 있다. 아니면 이 소설을 위해 그 작품들을 모두 섭렵했을까. 그나마 도스도옙프스키의 <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을 읽었다고 자부심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도스도옙프스키 독서모임을 했다는 설정과 함께 계속해서 언급되는 < 백치 > 뿐 아니라 도스도옙프스키의 작품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들 처럼 전집으로 들여놔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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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 모른다는 거지. 신은 그걸 알고 있고 그래서 우리에게 고통을 준다는 거야.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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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용감해질 나이 - 더 늦기 전에 더 잃어버리기 전에
김희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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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육사 생도 시절 만났다. 육사 생도에게는 제약이 많았고, 당시에는 연락이라고는 편지, 아니면 공중전화가 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서울 아가씨가 경상도로 시집을 갔고, 많은 친척 중에 서울사람과 결혼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았고, 뭐든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던 남편은 아마도 집안의 자랑이었을 테다..당시에 여성들이 일을 한다는 것은 힘든 건 알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시어머니의 이유없는 반대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귀하게 여긴 아들이 중매도 아니고 연애를 해서 결혼하겠다는 사람도 귀한 사람이 아니었겠는가. 게다가 군인인 남편의 부임지 때문에 전근을 다닐라치면 20여년동안 23번이나 다녔다는데 꼭 집에 그렇게 오실만 했을까. 결혼 초기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렇게 오시는 시부모님이 내가 봐도 뭔가 탐탁지 않다. 군인이 아들을 위해 내조를 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서라도 나같으면 잘해 주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군인아파트는 낯설지 않다. 어렸을 적에 장군은 아니더라도 직업군인이신 작은아버지댁에 종종 놀러갔었기 때문이다. 군복을 입고 출퇴근 하시는 작은아버지에 대한 기억때문에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저자와는 조금은 차이나는 세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결혼때문에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가 훗날 자신의 일을 조금씩 하는 것을 보고 첫직장부터 포기하지 않았다면 꽤 유능한 커리어우먼이 되었을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남는다.

예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다. 내조를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 비로소 용감하게 잔신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애잔하다. 가사, 육아는 공동의 일이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자신의 삶은 사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도 여전히 자신은 없이 희생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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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인원들의 비리가 묵묵히 일하는 다수를 모욕한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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