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용감해질 나이 - 더 늦기 전에 더 잃어버리기 전에
김희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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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육사 생도 시절 만났다. 육사 생도에게는 제약이 많았고, 당시에는 연락이라고는 편지, 아니면 공중전화가 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서울 아가씨가 경상도로 시집을 갔고, 많은 친척 중에 서울사람과 결혼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았고, 뭐든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던 남편은 아마도 집안의 자랑이었을 테다..당시에 여성들이 일을 한다는 것은 힘든 건 알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시어머니의 이유없는 반대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귀하게 여긴 아들이 중매도 아니고 연애를 해서 결혼하겠다는 사람도 귀한 사람이 아니었겠는가. 게다가 군인인 남편의 부임지 때문에 전근을 다닐라치면 20여년동안 23번이나 다녔다는데 꼭 집에 그렇게 오실만 했을까. 결혼 초기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렇게 오시는 시부모님이 내가 봐도 뭔가 탐탁지 않다. 군인이 아들을 위해 내조를 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서라도 나같으면 잘해 주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군인아파트는 낯설지 않다. 어렸을 적에 장군은 아니더라도 직업군인이신 작은아버지댁에 종종 놀러갔었기 때문이다. 군복을 입고 출퇴근 하시는 작은아버지에 대한 기억때문에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저자와는 조금은 차이나는 세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결혼때문에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가 훗날 자신의 일을 조금씩 하는 것을 보고 첫직장부터 포기하지 않았다면 꽤 유능한 커리어우먼이 되었을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남는다.

예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다. 내조를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 비로소 용감하게 잔신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애잔하다. 가사, 육아는 공동의 일이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자신의 삶은 사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도 여전히 자신은 없이 희생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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