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표지도 참 예쁘고, 뻣뻣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만날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표지속의 길은 따사로운 봄햇볕을 맞으며 걷고 싶은 생각을 만들어준다.

 

어렸을적에는 주로 걸어다녔다. 걷는것에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했고, 그저 어린 학생이었기에 할수 없이 걸어다녔다고나 할까.. 소풍을 가기 위해서 걸었고, 수학여행을 가서도 걸었지만 그때는 주변풍경을 볼 생각도 없이 그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드랬다. 아마도 그때는 걷는것의 즐거움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으리라..

 

나이가 들어 운전면허를 따고 차가 생겼을때 - 나는 좀 비교적 늦게 운전면허를 땄다 - 내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짐을 싸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다니던 여행길은 이제 꼭 필요한것뿐 아니라 갖고 가고 싶은 것은 다 싣고, 편안한 여행길을 다니게 되었고, 내가 평소에도 돌아다닐수 있던 곳은 더 광범위하게,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쉽게 다닐수 있었다. 출근을 할때도 운전을 하고 갔다가 다시 되돌아 집에 오고 싶을정도로 차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운전이 별로 재밌지 않게 되었다. 걷는 것에 대한 매력에 조금씩 빠졌다고나 할까.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서 때론 길가에 핀 꽃들을 구경하며, 때론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보기도 한다. 물론 느긋하게 숲길을 걷는 것은 아니고 일을 하러 다니면서 도시의 길을 걷는정도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도시의 풍경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도시속에서도 많은 모습이 있다. 바쁘게 걸어다니지 않고 느리게 걷게 되면 도시의 진면목을 느낄수도 있을것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산책자들이 나온다. 여기서 산책은 "너무 멀리 길을 나서지 않으면서 숨을 가다듬고 사색의 시간이나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갖는 편안한 방법이다"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수많은 산책자들에서는 가까운 길을 걷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거리의 길을 걷는 여행자들도 나온다. 아마도 그들을 모두 산책자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길을 나서며 걷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마치 산책을 하듯 자신의 여행을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간혹 외국작가의 책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사소한 이야기가 나오게되면 너무 반가운데, 여기에 바로 제주도가 나온다. 얼마나 반갑던지.. 나의 제주도 여행길이 생각이 났다. 내나라이기도 하고 4번이나 제주도에 갔으면서도 아직 한라산을 올라가보지는 않았다. 다만 3년전쯤 제주의 올레길을 걸었었다. 비록 많은 코스중에 한코스만 걸었지만 딸아이와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해안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숲길을 걷기도 하면서 자연과 하나됨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역시 걷기란 좋은것 같다.

 

아무래도 오늘은 책을 한권들고 소풍길을 따라 걷다가 벤치에 앉아 봄볕을 받으며 독서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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