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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랫만에 만난 친구. 대학시절 그녀석은 여자였다.
헌데, 느닷없이 자신은 남자의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그때도 남자의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한단다.. 뭐, 이런 내용인줄 알았다.
그런데, 하긴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가 어찌 나처럼 단순할리 있을까.
이 이야기는 "성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물론 여기는 또하나의 살인이 연루되어 있다. 남성으로서 여성의 삶을 사는이의 스토커가 살해당했다.
단순히 살인사건의 해결뿐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엄청난 사실들 때문에 이들은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여자와 남자. 그저 단순하게 그렇게 생물학적인 성별을 나누게 된다. 모든것이 그리 완벽하다면 좋을텐데, 몸과 정신이 일치하지 않는데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요즘들어 그렇게 대두되는 문제는 아닐것이다. 그저 표면으로 이제 나타났다고만 할까. 아마도 인류가 생성되고부터 이런 혼란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본다. 그들은 스스로 육체보다는 정신의 성별을 쫓아갔지만 서류상의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남자로 혹은 여자로 살고 싶지만 호적상으로 여자,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호적교환이다. 호적교환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 혈연관계까지도...
내가 그들이 아니기때문에 나는 어쩔수 없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의문을 갖게된다. 내가 당사자도 아니고, 내 주위의 그런 사람들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런 사람을 알게된다면 과연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절박한 심정은 다소 이해할수 있었지만 현실에서도 그렇게 이해할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그들도 나름대로 고통은 있다. 수술을 해서 성별을 바꾸거나, 호르몬 주사를 맞는 방법으로 외형적인 모습은 갖추어졌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만족을 얻었다 하더라도 서류상의 문제로 인한 불편함들이 있다. 그들이 겪는 그런것들을 '불편함'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되는 것일까?
나도 나름 쿨하게 받아들이기가 조금 힘든 이야기다. 정신으로는 "성정체성 혼란"은 병도 아니고, 장애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과연 그들을 대하는 내 육체의 반응이 과연 평범할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그들을 힘들게나 하지 않는지... 이야기로서의 감흥도 있었지만 이 책은 독서후에 사색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