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그녀의 작품은 내게 실망을 준적이 없다. 망설였던 '완득이'를 읽고나서 왠지 모를 저자의 필체에 이끌려 많은 책들을 찾아 읽어 봤었다. 그리고 그녀의 신간 소식에 매우 간절히 바래왔던 것도 아마도 저자에 대한 내 믿음때문이다.

간혹 책을 읽다보면 시신경을 통해 들어오던 글자들이 나의 대뇌로부터 더이상의 출입을 제한 당해 그저 머리속에서 방황하기만 하는데, 저자의 책은 내 뇌에 새겨지기라도 하려는 듯 재빠르게 자리를 잡는다.

여기 해일과, 진오와, 지란과, 다영이 있다. '가시고백 프로젝트 사중주'라는 미명의 4총사... 하지만 책표지에 볼수 있듯 그런 4총사의 이야기라기보다 해일과 지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리고, 진오는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납뜩이 같은 캐릭터라고나 할까.. 그녀의 다른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나오는 대사들마다 어쩜 그렇게 사실적이고 재미가 있는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되고 만다.

18살의 해일이와 지란이.. 그들에게는 가시와 같은 아픔이 있다. 아픔이라는 말이 맞을지 아니면 비밀이라고 해야할 것들이 있다. 그런 마음 한켠의 가시와 같던 고백들을 서로와 나누며 그리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유쾌하고 예쁘고 재미나다. 과연 요즘의 학생들에게도 이런 유쾌함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해일의 빠른 손놀림(?)은 나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은 이유가 가족들에게 있지 않을까 싶다. 유정란을 부화시키고 아리쓰리를 돌보는 가족들의 호기심과 정성이 그저 해일이의 빠른 손놀림에서 멈추게만 한것 같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 맞벌이 하는 부모님, 그리고 어린이집 종일반에 넣기에 버거웠던 가정형편, 그래서 해일이를 어릴때 혼자 집에 놔두게 되면서도 가족들은 늘상 그를 지켜보고 있는듯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둘인 지란이.. 아무리 요즘 시대가 이혼가정이 많다고 하나 요즘 아이들이 자신의 집안 사정을 솔직히 말하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런 살짝이 아픈 상처도 밝게 풀어나간다.

그래서도 난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같다. 요즘 아이들에게 꼭 읽혀주고픈 소설이다. 학교, 학원만을 오가고, 왕따가 난무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밝은 청소년 생활도 있을수 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