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윤성희 지음 / 창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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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은 아니고 11편의 단편집이 묶여 있는 윤성희 작가의 소설집이다.

솔직히 내스타일은 아닌것 같긴 하다. 극의 전개도 느끼기 힘들정도로 전개가 빠르고, 내용도 암호같기만 한것도 많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다지 그녀의 이야속으로 빠져들지 못했던 느낌이다. 그래서 어쩔때는 빛의 속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나이지만 겉도는 느낌때문에 오랫동안 이 책을 붙들고 있었던것도 같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절박한 상황에 몰렸음에도 한순간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듯 희극적인 대사를 주고받는다. 작가는 짧고 빠르게 진행되는 문장의 속도감으로, 순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을 묘사해 희극과 비극의 순간과 감정을 뒤섞는다. 농담을 가장한 고독한 진실의 세계를 통해 가난하고 비참하고 고립된 사람들이 서로를 부르고 만나고 이해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절망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그 상황을 즐기는 듯한 희극적인 대사들...왜 나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까? 겉돌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내가 자랑스럽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느꼈던 점을 왜 나는 알수가 없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래도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한편 있었다. 두번째로 있었던 '하다 만 말'이다. 글을 읽으면서 화자와 더불어 다섯식구의 이야기에서 왜 계속 4명만이 언급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다섯명이라 느끼게 했던 화자가 이 세상에 없는 놓쳐버린 막내였다는 것을 알게되고는 뭔가 싸늘하면서도 자식을 가슴에 묻은 엄마의 애절함이 묻어나는 것을 느꼈다. 가슴에 묻었기에 항상 내 곁에 있던 딸아이를 왜 엄마는 알지 못했을가.. 그렇게 주위를 떠돌고 있는데..

 

그리고 이 작품들은 각각 수록되었던 지면이 달랐는데 왜 한결같이 낯설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왠지 소설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러번 나왔던 '약속다방'도 그리고... 사주를 알아보러 다니느라 백일잔치에 참석할수 없었던 사연들... 마치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본것같았던 그 이야기들...  정말로 이 이야기들 속 주인공들은 깊게는 아니면 주변인물이든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것일까... 아마 이게 이 소설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야기가 겉돌면서 '정말 나랑은 안맞다'하면서도 연관점이 있지 않을까 하며 찾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는거... 아무래도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나는 또 이 책의 첫페이지를 열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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