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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비밀'이라는 영화가 2002년도에 개봉이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비슷한 '빙의'라는 소재로 한국영화인 '중독'이 있었다. 물론 이병헌이 주연했던 '중독'을 보긴 했지만 이 '비밀'도 대충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인줄은 전혀 몰랐다. 그의 작품은 너무나도 흡인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어디 한번 다 찾아서 읽어보자는 맘으로 찾다가 이 소설을 보았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헤이스케는 어느날 갑자기 아내(나오코)와 딸(모나미)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불행이 찾아온다. 다행히 딸아이는 살아났지만 아내는 결국 세상을 뜨고만다. 하지만 의식을 찾은 딸은 자신이 아내라고 하는데... 이 모녀와 같이 사고를 당한 쌍동이 여자 대학생이 있었다. 만약 그들에게 이런일이 벌어졌다면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영혼이 뒤바뀌었다는 것도 모른채 살아가지 않았을까 한다.
헤이스케는 혼란에 빠진다. 물론 이 세가족중에 혼란스럽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만은 헤이스케는 본인이 과연 딸은 잃은 것인지 아니면 아내를 잃은 것인지 혼란스럽게 된다. 또한 아내의 인격을 가진 모나미도 혼란스럽다. 자신의 딸의 몸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번쯤은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곤한다. 내가 다시 옛날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나오코의 경우가 그렇다. 의식은 30대 후반의 여성이지만 몸은 이제 12살의 어린이다. 자신이 아주 평범하게 살았다면 이제 새롭게 살아갈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녀가 모나미의 몸을 하고서 사립중학교를 가고 의과대학을 목표로 삼고 하는 것은 과연 딸아이가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게끔 하기 위한 모정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살지 못했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왜 이런 좋은 작품에 딴지를 거는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오코 그녀의 의도를 좋게만 봐줄수만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나도 나의 딸에게 어쩡쩡한 사람이 되지를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이 내 삶의 미련때문일 것일지도 모르는데 나오코는 자신이 그 몸에 들어가 직접 어린이서부터 시작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럴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수 있지만서도 왜 그리 곱지않은 시선이 되어버리는 건지...는 알수가 없다.
결국 나오코는 선택을 한다. 그녀는 살아있지만 절대로 예전 헤이스케의 아내로서는 더이상 살아갈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그녀가 모나미에게 글로써 알려주었다고 생각할수도 있었지만 남편과의 비밀이었던 결혼반지를 또다른 자신의 결혼예물로 사용했다는 것을 보면 시간이 많이 흐른후의 이야기이기때문에 역시 나오코가 이세상의 자신과 연결되었던 것은 모두 끊고 모나미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사실을 직감한 헤이스케는 또한 어떤 삶을 살아가야할 것인가? 복잡미묘한 이야기이다. 그저 그녀가 어디에 사는 건지 모르고 헤어진 사이도 아니고 사랑하는 아내를 평생 딸로만 지켜봐야하는 그에 삶도 너무나도 가엽다. 오히려 해결될 수 없는 이런 아픈 이야기를 만나게 해준 저자가 오늘은 왠지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