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과 진실 규명
문국진 지음, 강창래 인터뷰어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아마도 내가 어렸을적에 지금보다 더 많은 그리고, 더 다양한 책을 읽었더라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조금만 더 어렸을적에 '법의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았더라면 나는 아마도 그 길을 걷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어렸을적부터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았고, 과학수사라는 점과 법의관에 대해서 또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CSI 과학수사대'때문이다. 10년이 넘은 이 드라마를 열렬히 찾아보는 광팬이기도 해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특히나 강창래님이 문국진 박사를 인터뷰하는 형식을 빌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치 나도 가운데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1장은 문국진 박사의 만남을 2장은 문국진 박사님이 법의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계기와 그가 현역시절 겪은 인상 깊은 사건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3장에서는 '북오톱시'(책부검)을 통해 베토벤과 모차르트등의 사인을 재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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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으로 눈에 띄인 책이었다.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뻔했디'

우리나라 한국은 두벌죽음은 큰 형벌이라는 생각이 매우 지배적이다. 그야말로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함부로 몸을 상해서는 안되는 생각이 뿌리깊어 주검에 손을 대는 것까지 금기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상황에 억울한 죽음을 밝히겠다고 부검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법의관을 어찌 곱게 보일수 있단 말인가. 지금도 부검을 한다면 두번죽일수 없다며 반대하는 가족들이 많은 편인데, 그 옛날에는 오죽했으랴..

하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죽음에는 한치의 억울함이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 임상의학이라면,

사람의 권리를 다루는 의학은 법의학이다.

법의학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발달된 민주국가에서만 발달한다.

따라서 법의학의 발달 정도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나 민주화정도를 알수 있다.

(본문中, p. 75)

 

문국진 박사는 후루하다 다네모도가 쓴 '법의학 이야기'에 있는 이 이야기를 보고 법의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사람의 권리를 다루는 의학'이라는 말이 내게도 가슴뛰게 한다. 우리는 흔히 중범죄가 발생을 하면 인권보호라고 하며 범인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를 본 사람들이나 그 일로 말미암아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의 인권에는 함부로 해도 상관이 없단 말인가? 누구의 인권이 더 중요한가 따지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만 그렇다고 억울한 죽음을 간직한 그들의 권리에 대해 눈감고 듣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더 우매한 짓일것임에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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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범죄를 꿈꾸는 이들에게 맞서 싸우는 법의학자들.. 그들은 억울한 이들에게 한줄기 빛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나는 요즘 30여년전쯤 문국진 박사가 펴낸 책을 두권을 애타게 찾고 있다. '새튼이'(김영사,1985년), '지상아'(청림출판, 1986년)이다. 이 두가지 책에 대한 소개가 등장하는데 이 책들 또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데 워낙에 오래된 책이라 지금은 절판된 상태이고 헌책방에서도 '지상아'는 찾을수 있지만 '새튼이'는 구할길이 없다. 아무래도 국립중앙도서관에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저자도 'CSI'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권의 책이 재미있을꺼라 확신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이렇게 이 두 책을 찾아 헤매는 나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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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에도 요즘 CSI만큼이나 법의학자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종종 등장한다. '싸인'이 그랬고, '신의 퀴즈'가 또한 그렇다. 법의관이 생소했던 예전에는 형사들 위주로 드라마가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극중 시선이 법의학자들로 많이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또한 사람의 권리를 다루는 법의학에 대한 인식이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하게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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