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좀처럼 원작과 영화는 같이 안보는 내게 영화로 먼저 본 이야기이건만 이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우리는 왜 이런 일에 뒤늦게 관심을 갖게된 것일까? 사회의 약자이면서도 어쩜 우리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청각장애우들이다 보니 그들만의 언어를 모른다면 아무런 의사소통도 할수 없기에 그들의 고충을 알아들을수 없다.
수화통역사를 통해 전해지는 아이들의 실상은 과연 이런일들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한마디로 영화를 보면서나 책을 읽으면서나 사실을 믿을수가 없었다. 실제 이야기는 이 픽션이 가미된 이야기보다도 더 끔찍했다고 한다.
왜 우리는 그토록 절규하면서 도와달라고 혼내달라고 외치는 그들의 외침을 외면했을까? 왜 그들이 아프고 나서 다시 기억하고싶지 않은 애써 지워버린 기억들을 지금에서야 다시 들춰내면서 그들을 또한번 아프게 하는 것일까?
공유가 맡았던 '강인호'라는 인물은 영화와 소설 속에서 약간 다르다. 미술선생님이 아니라 국어선생님이도 했고, 영화속에서는 멋있게 아들을 응원해주는 노모가 있었지만 소설속에서는 조용하게 발을 빼기를 애원하는 아내가 있었다. 물론 그 아내의 뜻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밤새 생각해봤지만 마지막에 아내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버린 강인호를 나는 용서할수가 없을듯하다. 극중 서유진은 그를 용서했고, 미워하지도 않는다 했지만 나는 결말에서 그의 마지막 행동은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토록 그 아이들을 위해 힘썼던 그가, 왜 아내와 함께 아이들에게 한마디 이야기도 하지 않은채 떠났을까? 하지만 과연 내가 그를 용서한다 이해한다라는 말을 할 자격이나 있을까 생각도 해본다. 만약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다면 어땠을까? 영화속의 강인호는 물대포를 맞으면서 애써 절규한다. 그런 맞서는 모습을 보다가 그냥 홀연히 서울로 돌아간 소설속 강인호를 보면서 아마도 조금더 생각을 해야할것만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야할 큰 문제는 미성년자를 게다가 듣지 못하기에 언어구사를 하지 못해 다른 장애보다 복합장애를 가질수 있는 그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 생각을 해야하는데 왜 나는 정작 마지막에 강인호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는줄 모르겠다. 국정감사때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짓던 이 세상에 사실을 알린 교사를 보면서 왜 굳이 강인호의 행동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는지 아직도 나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나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그리고 내 아이가 살아갈 이 세상의 정의가 죽지 않았으면 좋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