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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살 정은이
정유정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시골마을에서 사는 열한살 정은이의 성장기를 그렸다고나 하겠다.
1974년에 열한살이던.. 나보다 딱 10살이 더 많은 정은이 이야기이다...
그당시 매우 드물게도 정은이 엄마도 공무원으로 일을 했고, 아빠는 광주(도시)에서 공무원 일을 하시는 그야말로 주말부부 가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보다 앞세대이긴 하지만서도 살짝 옛추억에 젖어들었다. 그야말로 어린이 정은이가 사춘기 소녀 정은이로 거듭나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요즘 우리 딸세대들은 학교갔다가 돌아오면 학원으로 바쁘지만 이 때 정은이는 산으로 들로 친구들과 뛰어다닌다. 소풍을 쫓아가겠다고 떼쓰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즐겨야 할 소풍을 동생 뒤치닥거리로 다 망쳐놨어도 동생을 업고 집에 지쳐서 돌아오기도 한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학교입학하기전에 교회에서 소풍을 갔더랬는데, 아마도 재미가 없었는지 집에가겠다고 오빠랑 둘이서만 대열에서 이탈을 했었다. 어린아이가 걷기에는 힘든 그 길을 아마도 몇시간을 걸어서 왔던것 같았다.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이었던 우리가 없어져서 집이며 교회며 한창 소동이 일어났던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서 말이다. 그야말로 우리는 뻔뻔하게 고요히 집에 들어섰다. 소풍갔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그 곳을 이잡듯 아이들을 찾고 있었고, 집이 발칵 뒤집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뻔뻔하게 등장했던 것 같다.
아마도 뒤돌아보면 모든 사람들이 추억들을 가지고 있을게다. 하지만 30~40대의 나이가 되면 미처 그런것들을 추억하기도 전에 생활에 지쳐가고 있을테다. 그럴때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기라도 한듯 아련한 옛기억 속에 빠져들수 있을것 같다. 특히나 애기였을 적서부터 함께 뛰놀던 친구 승룡이와 미묘한 첫사랑의 시작이 왠지 귀엽기만 하다. 비록 그 사랑을 서로 알지 못하고 겉돌다가 은정이가 도시로 떠나기 직전에서야 알게 된것이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내내 행복했다. 정은이의 어린시절이 재미있어서 행복했고,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라서 행복했고, 구수한 사투리가 재미있었다..그리고, 내 어린시절이 다시 오지 않을거라 왠지 아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