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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보다 슬픈 약속
정유정 지음 / 밝은세상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 7년의 밤 >의 정유정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제껏 봐왔던 그녀의 작품과는 다르게 애틋함이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물론 내가 그녀의 작품을 거꾸로 읽어나가고 있긴하지만 <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나, < 내 심장을 쏴라 >와는 다르게 볼수없었던 소설이다.
여기서는 약간 묘하게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얽혀있다. 한동안 그 관계를 파악하기에 좀 힘이 들었지만.. 이런 이야기가 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뭐 만들어졌다고 해도 보지는 않았겠지만서도 말이다.(원래 책과 영화 둘중 하나만 보자는 주의니까..)
이야기는 지형이의 아버지의 죽음부터 시작된다. 유독 엄마보다는 아빠와의 관계가 돈독했던 지형은 레지던트 의사다. 아버지는 선산이 아닌 먼 바닷가에 묻히셨다. 그리고 지형은 그곳이 낯설지 않았다. 4대독자였던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의 독설에 지형은 문득 무언가 자신이 알지못하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따져묻지만 그저 수문포의 '최세영'을 찾으라는 한마디만을 들었을 뿐이다. 서서히 퍼즐같은 조각들이 자리를 찾고 있었다.
또 한여인.. 지형이의 엄마 혜원이다. 혜원이의 엄마는 그 옛날 어느 부잣집 씨받이로 들어가 아들을 낳아주고 멀리 내쫓겼다. 그리고 혜원은 지형의 아버지와는 엄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다른 남매였던 것이다. 혜원의 인생도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 지형을 사생아로 만들지 않기 위해 오빠의 호적에 올렸고, 병이 생기자 지형을 오빠의 아이로 만들고 고모를 자청했다. 그리고 죽는 그날까지 한사람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그리고 지형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한다.
갑작스레 알게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지형은 혼란스러웠다. 힘든 방황을 하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얼마나 사랑하면 그렇게 되나요? 전 짐작이 안가요"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다. 가족간의 사랑도, 연인들의 사랑도.. 하지만 요즘에는 참 안타까운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이런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왜 이런 것은 소설속의 사랑으로만 끝나는 건지 아쉬울때가 너무나도 많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물건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어디선가 혜원이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연인과의 사랑도 깨지면 호러드라마가 되는 사랑도 있겠지만 영원이 지켜주는 세영이의 사랑도 있다. 하지만 항상 신문에서는 안타까운 일들만 많아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져간다는 생각만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 소설속에 나오는 사랑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