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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남자의 일생을 걸고 사랑하고 싶은 적이 있는가! "
7년이었다. 7년동안 남자는 백호를 쫓아야만 했다. 그놈과 해결해야 할일이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동생의 상처.. 그놈과 해결을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었다....
백호도 마찬가지였다. 7년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와 해결해야 할일이 있었다. 영험하다는 이유로 죽어간 하얀 새끼 호랑이, 그리고 암호랑이의 죽음.. 그와 해결을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었다.
남자는 자신만이 그놈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했으나 백호 역시 사람들에 의해 제 가족들을 잃어 왔던 것이다. 이 소설의 처음 시작은 그리 감동이란 것은 없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포수가 되고 백호를 쫓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와의 대결을 기다리는 백호! 뭐 그런 7년의 원한이 있는 포수와 짐승의 싸움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호랑이가 그 주인공이 된 것이 아마도 이제는 없어져 버린 한국 호랑이의 그리움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백호를 찾아 쫓는 거라 생각했지만 실은 그 반대였다. 백호가 그를 유인하며 지치지 말고 자신을 쫓아오라고 하는 것이다. 남자가 꿈꾸고 백호가 꿈꾸었던 대결.. ' 너는 도약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그 한순간의 갈망'을 위해 지치지 말라며 서로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몇 번의 대결이 실패로 끝나고 우연한 산사태가 났을때 약해진 백호를 보고 남자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당당하게 싸워 이겨야지만 진정 남자가 원하는 복수였기때문이다. 백호도 마찬가지다. 그녀석도 여러번 남자의 뒷덜미에서 공격할수 있었다. 하지만 백호는 남자를 쉽게 제압할 순간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비겁하게 뒤통수나 치며 돈과 명예를 얻는 인간군상과는 다른 정정당당한 호랑이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대결은 이것만으로도 멋졌다.
허나, 조선의 맹수를 없애는게 목적인 일본인때문에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백호를 창경원 구경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끝내는 그를 죽여 가죽을 벗겨내버리려는 상황에서 남자는 백호를 구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마치 절대로 일본에게는 무릎을 꿇지 말라는 내 바람과 함께 말이다.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일제시대의 아픔이 두가지가 느껴진다. 무분별하게 맹수를 퇴치했던 일본인의 잔학함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는 것을 떠나서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에서 시작된것이 아닌가 싶다.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닐진데 말이다. 또 하나는 '창경원'이라는 명칭이다. 나도 어렸을적에는 창경원은 으례 동물원을 생각했었다. 이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격하시키기 위한 몇가지 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창경궁'으로 명칭을 바르게 고쳐 부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다. 지금은 이장되었지만 예전에는 정조의 맏아드님이신 문효세자의 릉이 있었던 '효창원'도 현재는 '효창공원'으로 불뤼고 있다. 이는 일제시대때 바뀌어 부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이름을 다시 효창원으로 바꾸려 해도 이미 문효세자의 묘는 고양시 서삼릉으로 이장이 되었기에 이름을 바꿀수가 없다고 한다. 그게 무슨 상관일까? 분명 일제시대때 우리를 격하하기 위해 바꾼 명칭을 그냥 예전대로 복원시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여전히 이해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