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되지 못한 슬픈 그들

왕이 못 된 세자들 ㅣ 표정있는 역사 9
함규진 지음 / 김영사 / 2009년 3월

조선 왕조의 세자는 모두 27명, 그 중 왕이 된 세자는 15명에 그쳤다. 다시 말하면 27명의 왕 중 12명이 세자를 거치지 않고 왕이 되고, 12명의 세자가 왕이 못 된채로 죽었다. 살해되거나 폐위된 경우가 다섯, 병사한 경우가 여섯, 왕조의 멸망으로 왕이 될 수 없었던 경우가 하나다.(p.16)

 

세자는 국본(國本)이라고도 한다. 바로 "나라의 근본"이 된다 하겠다. 왕조 국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음 시대를 이끌어가는 후계자를 정하게 되는데, 조선 왕조에서는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세자는 왕의 적장자, 곧 맏아들이 되는 것이 원칙이였으나, 사정에 따라서는 세제(왕의 동생), 세손(왕의 손자)가 되기도 했다. 한나라의 세자가 된다는 것은 온세상을 약속받는 것이라고 할수 있겠다. 따라서 지금 시대의 2인자가 된 사람이다 보니 그들의 양육은 일반 사가의 남자아이들하고는 다르다.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를 하며, 학식과 덕망이 뛰어난 사람들에 둘러쌓여 왕으로서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허나, 여기 소개된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은 세상을 약속받았지만 끝내 세상을 품에 안지 못하고 만 사람들이었다.

 

조선 왕조 중에 내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사람인 소현세자, 사도세자 그리고 광해군들 중에는 이 책에 소개된 사람이 두사람이 있다. 소현세자와 사도세자는 그야말로 살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의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역사를 볼때는 사관, 즉 역사를 보는 관점이 어떠냐는 것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소현세자와 사도세자가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남보다 이르게 외국문물에 접했던 소현세자, 그리고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나서 왕이 되기 위해 교육받았지만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사도세자가 왕위에 오르지 못했음을 안타까워 했으나, 여기서는 소현세자도 원래 병약했을수도 있었다. 사도세자의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라는 이야기로 이야기를 열어놓고 있다. 물론 실록이나 여러 문헌을 들어 당시 상황을 파악할수 밖에 없는 현재로선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른 결론을 내릴수 있겠지만 두 세자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 부분을 읽을때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둘째로는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역사에서는 '만약'이라는 말은 부질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서를 읽다보면 여전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만약에 이렇게 되었더라면'을 상상해보게 된다. 과연 그럼 우리의 현실은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이보다도 더 강한 나라가 되었을까, 나라를 빼앗겨 식민지가 된다던지, 동족끼리 전쟁을 하게된다든지 하는 아픈 과거가 정말로 없었을까? 어쩜 그런 슬픈 과거를 안고 있기에 절실히 느끼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는 과거나 현재나 그리고 미래에도 아마도 치열하지 않을까 싶다. 그 옛날에도 온 세상을 가진 군주나 다음 시대를 약속받은 세자들도 결코 세상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꺼 같다. 왕위에 오르기 위해 어렸을때부터 공부에 매진해야 했고, 왕위에 오르고서도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을 해야했던 그 치열했던 삶에서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