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몽환적 분위기인 < 7년의 밤 >을 만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빠졌다. 그래서 <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를 찾아서 보게 되었다. 역시 내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속에 폭 파묻혀서 지낼수 있었다. 그래서 또 다시 고른 책이 < 내 심장을 쏴라 >였다.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뭔가 저돌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솔직히 주춤했다. 도무지 지난번 책들에서 느낄수 있었던 부분을 도통 느낄수 없었다. 괜히 책을 읽는 동안 겉도는 느낌이랄까.. 좀처럼 책에 빠져들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은근한 속에 묻어놓았던 것이 드디어 터져나왔다고나 할까? 두명의 남자가 있다. 그리고 여기는 정신병원이다. 헌데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왠지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 어쩔수 없나보다. 그저 정신이 아파서일뿐인데 유리는 육체가 아픈것과는 다르게 판단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쁜 목적을 가지고 입원시킬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p.213)" 미쳐서 갇힌 자는 수명이를 가리키는 것 같다. 엄마의 자살을 목격하고 극심한 공황장애로 인해 세상에서 도망쳐 버린 사람, 갇혀서 미친자는 승민이다. 어느 재벌집 혼외자로 태어나 밀려날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의도적으로 갇히게 되었던 사람. 그런데도 아직까지 의구심이 드는것은 어찌되었는 그곳도 병원이고 정신이 아픈 사람들인데 왜 그 사람들에 대한 처사는 마치 감옥과도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인근 유원지 청소를 하거나 미술치료를 목적으로 종이가방을 접거나.. 도통 그것이 치료라고 생각치 못하겠다. 어쨌든, 승민은 자꾸만 병원을 도망치려고 한다. 시간이 더 늦기전에... 그리고 수명은 자꾸만 그것을 돕는다. 승민은 도망쳐서 자신을 가둔 사람들에게 멋지게 어펏컷을 날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도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서서히 실명에 이르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선수였던 승민은 그래서 비행금지 조치를 당했었다. 게다가 복잡한 가족들로 인해 이곳에 강금당한 것이었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의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이제야 겨우 알게되었다. 잘 견디며 살았던 청년에게 어느날 찾아온 사형선고와 같은 실명! 아마도 병원에 갇힌다는 것보다도 볼수 없게된다는 것이 그의 모든 삶을 침몰시켰을 것이다. 그래서 승민은 마지막 비행을 감행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수명도 운명에 맞서 싸우질 못하고 세상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승민 덕분에 인생을 상대하러 세상에 나설수 있었던것 같다. 느낌으로선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것 같지만 말이다. 나는 질문을 하나 받았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던져지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답은 그냥 침몰하느냐, 침몰하지 않게 이겨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요즘 연일 운명이 삶을 침몰시키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얼마나 힘이 든지는 본인만이 아는 일이겠지만서도 섣불리 침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