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얼굴이 녹을 때
최승호 지음 / 뿔(웅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아직 내게는 '시'라는 것이 매우 어려운것 같다. 학창시절에 줄쳐가면서 그 속의 함축적인 의미를 외워가며 외울때는 그다지 어렵다는 것을 몰랐는데, 요즘에 읽는 시는 왠지 어렵다.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시를 읽어볼까 하다가도 이내 다시 책을 내려놓게 된다.

 

이 시집은 처음에는 시집이라는 것을 몰랐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시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제목에 이끌렸던 것 같다. 솔직히는 환경에 관련된 책이 아닐까도 싶었다. 뭔가 고독스럽고 현대 사회에 많은 상처를 입은 것을 동물에 빗댄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부산 자갈치시장을 어슬렁 거리다 고래 고기 한 점을 먹은 것은 이십년 전쯤의 일, 죽은 고래는 과연 내 살과 영혼으로 부활했던가. 그저 비릿한 뿐 별맛도 없었던 고래, 먹고 난 뒤로 왠지 찜찜했고 지금도 찜찜한...

 

고래 고기 딱 한 점을

먹었을 뿐인데

고래의 유령이 나를 따라다닌다."(p.28)

 

이 '고래'라는 시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 고래고기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강남의 어느 선술집에서 말로만 들었던 따뜻하게 데온 다랑어(?) 지느러미가 떠있던 비릿한 그 정종과 함께... 고래고기를 먹자던 친구놈때문에 갔었는데 한번 먹어보고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어딘가 나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얇게 한겹으로 깔아놓은 비싼 고래고기..

이 시를 읽으면서 문득 고래고기에 대한 나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어쩐지 반가운 맘이 들었다. 고래고기가 입맛에 맞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라는 말을 들은것도 같은데 그것이 아마도 멸종위기에 놓인 탓이 아닐까.. 그래서 시에 표현된 것처럼 고래 유령이 따라 다니느라고 별로 유쾌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한다.. 그 이후로 난 절대 고래고기를 먹지 않겠다 다짐했다. 어쩌면 남몰래 고래유령에게 미안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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