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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전작인 < 위저드 베이커리 >는 참으로 특이한 소재의 이야기였는데 < 아가미 > 또한 상상 이상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캐빈 코스트너'의 < 워터 월드 >가 생각이 났다. 벌써 17년이 된 영화이다. 그 영화는 빙하가 다 녹고 나서 육지를 찾아 헤메는 가운데 돌연변이로 여러 사람 가운데 아마도 주인공인 캐빈 코스트너는 아가미를 가지고 있었다. 물갈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여기의 '곤'은 돌연변이로 아가미를 갖게된건 아니라고 본다. 세상끝으로 내몰렸던 아버지의 품에 안겨 호수로 뛰어들게 된다. 아버지는 결국 목숨을 잃었지만 물속에서 죽음과 맞닥뜨린 순간 희박한 산소를 찾아 호흡하려는 본능적 의지가 아이의 목에 아가미를 탄생시켰다. 곤은 노인의 손에 구해져서 노인의 손자인 강하와 함께 새로운 가족과 이름을 갖게 된다.
< 위저드 베이커리 >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현실과 다른 생소했던 소재때문에 약간 검색을 해보았다. '비극으로 끝나 안타깝다'라는 이야기를 보고나서 걱정을 많이했다. 곤이 죽게되는 것일까.. 세상에 고립이 되어가는 것일까.. 걱정속에 이야기를 읽어나갔지만 내 생각에는 비극은 아닌거 같다. 어쩔수 없는 이유때문에 새로 얻은 가족을 떠나 왔지만 항상 그의 마음속에는 그들이 있었고, 1년에 한번쯤은 '강' 사진을 보낼수 있는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기다리는 강하가 있었고... 허나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린 강하와 노인을 찾기 위해 물속을 찾아다니는 곤이 그다지 비극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쩜 현실세계에서 '남들과 다르다'라는 이유로 아가미를 숨기고 밤마다 호수를 헤엄쳐 다니는 곤이 그들을 찾아 헤매는 것은 어쩜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잃어버린 그에게 삶의 목표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들을 찾지 못한다 해도... 책속에 강하, 이녕, 해류처럼 곤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랑이 다르듯 결말을 바라보는 시선또한 제각각이 아닐까 본다.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깊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 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고 두 다리가 생긴 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 버릴까?(p.187)
하지만 곤은 부서져 버리지 않을꺼 같다.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것만 같다. 나도 곤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