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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이야기
박순분 지음, 이관수 그림, 신도 가네토 원작 / 책이있는마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 그래서 읽고싶다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 영화관에서 본 예고편에서는 일본사람이 아닌 '리차드 기어'가 주인공으로 리메이크 된 '하치 이야기'를 봤었다. 그리고선 한참 있다가 도서관에서 책들을 쭈욱 훑어 가다가 발견을 해서 읽게 됬는데.. 활자를 통해 전해오는 하치의 주인을 향한 마음이 나를 휘감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하치, 서있을 때 앞다리 모양이 팔(八)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하치는 우리나라의 진돗개가 있듯이 일본의 천연기념물인 아키타견이다. 일본 혼슈 지방 아키타현의 번주가 무사들에게 무예의 전통을 가르치기 위해 이 개를 투견으로 사용하면서 알려졌다고도 하고, 아키타현으로 유배간 어떤 귀족에 의해 지방견이었던 이 개가 더 커지로 사냥능력이 향상되도록 개량되었다고도 한다. 일설에는 임진왜란 때 한국의 진돗개가 건너가 서양의 대형견들과 교배되어 생겨났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매우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하다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제일 마지막 설에 나는 무게를 싣고 싶다.

우에노 교수도 나만큼이나 개를 좋아하는 것같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10년전쯤 내 앞에서 죽어간 강아지 생각에 개를 다시 키울 생각을 못하는 나와는 달리 우에노 교수는 또 다시 하치를 받아들인 것이랄까..
우에노 교수가 하치에게 기울인 사랑은 유별났다. 아마도 그래서 하치가 우에노 교수 외에 다른 사람을 주인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나보다.. 우에노 교수가 강의실에서 쓰러지던날, 그렇게도 하치는 교수를 출근하지 못하게 했던 것도 뭔가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항상 똑같은 시간에 시부야역에서 교수를 기다리던 하치가 다시는 교수를 볼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그 마음은 어땠을찌 그저 애가 타기만 했다.
우에노 교수 생전에는 그리 풍채도 좋고 깔끔하던 하치가 그의 삶 마지막에는 그냥 동네 떠돌이 개처럼 동네 꼬마들에게 주인없는개라고 놀림받고 다른 개들과 다툼에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동물도 자신을 좋아라해주는 사람을 알아보는것처럼 교수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으면 10년이란 세월을 오직 한사람을 그리면서 그 자리를 지켰을까... 전부는 아니더라도 '개도 견격(犬格)이 있다'라고 했다던 우에노 교수의 말을 생각해보면 하치에 대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짐작할수 있을까?

지금도 시부야 역에 가면 하치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영화로 하치의 이야기를 알고 기억하겠지만 아마도 하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을 그다지 기뻐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그는 우에노 교수 한사람에게만 기억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10년을 그리워했고, 그리고 늘상 교수를 기다렸던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치는 1935년 3월 8일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우에노 교수에게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