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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죽은 이들의 흔적에 대하여
칼 외만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10월
평점 :
이 책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어떠한 범죄 피해를 보고, 사망했음에도 범죄영상들이 여전히 복사를 거듭해서 디지털 세상을 떠돌아다녀 안식을 취할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사망한 사람들의 디지털 흔적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지금 우리가 많이 쓰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에는 추모 프로필 설정이 있다. 유가족이 요청할 경우에는 추모 계정으로 메세지를 남실 수 있게 된단다. 엄마는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았었고, 오랜 시간 나와 한몸이 된듯이 움직이셨기 때문에, 굳이 핸드폰이 필요가 없었다. 엄마의 디지털 흔적이라곤 인터넷 서점 한 곳, 마트 회원 등록뿐이다. 마트 회원은 어째서 엄마가 등록되었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적립을 하기 위해 핸드폰 번호를 눌렀을때 함께 튀어나온 엄마의 흔적이 얼마나 반갑던지... 여전히 엄마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내겐 기쁜 일이다. 아주 오래전 화장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 매장장으로 인한 묘지 공간의 부족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있었다. 사후에도 몸이 타는 것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화장장이 일반화되어 있어 그다지 그런 문제인식은 없었다.
오늘날 다시 대두되는 문제가 디지털 세계에 있는 죽은 사람의 계정이다. 2060년이 되면 페이스북에는 죽은 사람의 계정이 산 사람의 계정을 추월한다고 한다. 그깟 디지털 공간의 흔적쯤이야 어떠랴 싶었는데, 디지털 세계도 그 저장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탈 공간에 남은 유산들은 어떻게 할까. 프란츠 카프카는 생전에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소설 여러편과 작품들을 논한 일기 같은 것을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이 죽으면 원고를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브로트는 카프카의 소설을 발표했고, 우리는 그 소설들을 만날 수 있었다. 브로트의 행동은 어찌 생각해야할까. 친구와의 의리는 지켜지지 못했지만, 카프카의 문학적 재능을 세상에서 사라질 뻔 한 것을 막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럼 사후 흔적을 보존할 가치가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느 사람도 가치가 없는 사람들은 없다. 그걸 누가 대신 정해주는 것도 아닌가 싶다. 시간이 흘러가고 세대가 거듭되면, 그리운 마음도 희석되어 가지 않을까 싶다. 엄마의 흔적들을 더이상 챙기기 어려울때, 내 스스로가 정리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고 있다. 그것을 딸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보편화된 디지털 속 내 흔적들도 나는 사후에 딸아이에게 잠시 맡겨 잘 추억하다가 정리해두기를 바랄뿐이다. 한세대 정도 잘 추억하다가 세상의 흔적들은 지우고 기억속에서만 존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