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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평점 :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수리. 그녀는 남들과 다르게 귀신을 본다. 어째 '귀신'이라는 말은 어감이 좀 그렇다. 사전적 뜻을 보자면,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고 하는 영혼 혹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을 내려 준다는 신령, 혹은 비유적으로 어떤 일에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우리는 "나쁜 일"이라는데 더 중점을 주지 않았던가? 아닌가... '전설의 고향'에서 보듯 머리를 풀고 등장해서, 혹은 죽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기겁을 하기 때문이었던가. 어찌되었든, 우리 수리는 이승에 미련이 남는 영혼에게 작은 처마를 만들어준다. 범죄자가 도망쳐도 잡을 수 없는 이른바 '소도'다. 잠시 저승사자의 눈을 피해 사랑하는 존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바이크를 타고 온 멋진 저승사자. 신산이 찾아온다. 아니 스토커처럼 그녀 주변에 머무는 신산에게 막무가내로 급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한 뒤 묻는다. 왜 내 주변을 도냐고. 신산은 영혼을 잃었는데, 혹시 아느냐고... 사실, 수리가 연을 끊다시피한 선배가 떠넘긴 직장에서 귀신을 보았다. 정확한 형체로 보지 못했던 선배는 서둘러 떠났지만, 수리는 조금 또렷하게 귀신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나눌수 있다. 도대체 이 의뭉스러운 직장에서는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신산은 지가 잃어버린 영혼을 왜 수리에게 와서 찾는 것일까.
작가의 이름이 독특했다고 생각했는데, 필명이다. 누군가의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의미로 Lib(늑골), Lung(폐), Heart(심장)에서 따와 지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정말로 가슴에 닿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이 이야기는 단순히 죽은 사람을 보는 사람이 귀신을 저승사자에게 인도해주는 것이나, 영혼을 차사로부터 빼돌리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수리가 차사를 외면했던 절절한 이야기라든지, 죽음 바로 직후가 아니더라도 먼길을 돌아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와 감사의 인사를 남길수도 있다는 것도 참으로 따듯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