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평점 :
짝짝짝! 박수부터 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박수를 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책에 그 찬사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의 모습은 어쩐지 웅대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스포일러 절대금지!"라는 문구가 더욱더 공감이 된다.
"콜드 슬립" 인류 최초의 냉동수면 실험이다. 20~40대 남녀 중에서 선별된 7명의 사람은 '천 년'이 지난 후에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쿠란은 아내와 사별한 뒤,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이 멈추었다. 그래서 이 실험에 참여했다. 색채를 잃은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기에 적당했다. 성공한다면 1000년이 지난 세상일 테고, 실패한다면 생을 마감하면 그만이었다. 다행히 쿠란은 천년 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깨어났다. 그런데, 단 한 명 시몬은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등에 칼을 꽂힌채, 미이라로 변해버렸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밖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셀터.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그들이 잠들어 있었던 테그미네는 타인의 도움없이는 절대 가동시킬 수 없고, 냉동창고에서 얼굴을 짓이겨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소년의 시신까지 발견되었다. 그들이 깨어난 후,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 연구소 직원들은 나타나지 않고, 쿠란 일행은 주변을 탐색해보기로 하지만, 강제 이주 정책으로 주변에서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고, 그저 밀림과 같은 숲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겨진 자료를 미루어 보아, 자신들이 콜드 슬립에 들어간 후, 두번째 실험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다른 셀터를 찾기 위해 쿠란일행은 길을 나서게 된다.
'후더닛(whodunit)'은 "누가 했는가(who done it)?"를 묻는 미스터리 형식으로,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 자체가 서사의 핵심 동력이 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정말로 후더닛이라는 장르가 극대화 된 것이 아닐까 싶다. 1, 2년도 아닌 1000년을 뛰어 넘는 시간은 강력한 밀실이 되는 것이 아닌가.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첨단사회가 되어 있겠다 싶었던 미래사회가 원시사회처럼 수풀만 우거진 곳이라면, 나는 이런 천년후는 반대다. 사실 이런 실험에 지원할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다. 아사네 주지의 이야기는 처음이다. 국내에는 이 책이 처음 발표되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그만큼 이 < 천년의 후더닛 >은 꽤 매력적인 작품이다. 냉동상태로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SF가 가미된 소재에 살인사건에 대한 미스터리를 골자로 하고 있으면서, 마지막에 웅대해지는 드라마적인 요소까지 가지고 있어서 쿠란일행의 행보에 절로 박수가 쳐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