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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ㅣ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 < 슬픔의 틈새 >는 <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 <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 이어 이금이 작가의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이다. 그런데, 아쉽게 전편들은 읽어보지 않았다. 전편이라고 하기에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제일 아픈 기억은 일제강점기였다. 나라를 잃어버린 백성들은 어디서도 보호받지 못했다. 1945년 8월 15일 조국이 해방되었던 날, 모두가 기뻐할수만은 없었다. 돌아가야 하는 조국이 있는데도, 그들은 돌아올 수가 없었다. 비행기를 타면 3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50년이 걸려 돌아왔던 한 여성의 삶을 찬찬히 쫓아가면서 당시의 상황을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주단옥, 타마코, 올가
세명이 아니다. 모두 단옥의 이름이다. 1943년 단옥은 엄마와 오빠 성복, 동생 영복과 화태에서 광부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일본은 사할린을 가라후토로 명명했고, 조선 사람들은 한자의 음대로 그 곳을 '화태'라고 불렀다. 아버지의 초청을 받아 가는 길에 마지막 배를 타야하는 곳에서 오빠 성복은 사라지고 말았다. 일본땅에서 돈을 벌어 효도하겠다며 떠났다. 그렇게 사택에서 오빠 성복과 고향에 남은 영옥은 없었지만 가족이 단란하게 살게 되었다. 형편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동생 해옥이 태어나고, 나름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다시 아버지는 일본 본토로 들어가게 되었고, 가족들을 후에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맞이한 해방. 이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단옥의 가족들은 일본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귀환선에 타지 못했고, 사할린에 남게 되었다. 단옥의 가족들은 일본인도 소련인도 그렇다고 조선인도 아닌 무국적자가 되었다. 며칠이 되어 도착했던 화태였지만, 다시 돌아가는 길이 50년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알아야 될 역사인데, 이렇게 이제서야 소설을 통해서 알게되다니.. 너무했다. 이제서야 내가 할 일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역사의 한켠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서 참 부끄러워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옥은 참 단단하다. 멋지게 역사의 격랑속에서도 야무지고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이 매우 뿌듯하다. 주단옥에서 타마코로, 그리고 올가로 바뀌는 이름에서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우리의 역사 속에 수많은 단옥들이 진수(단옥의 남편)들이 존재한다. 뒤늦게 그들이 영구 귀국 했지만 3시간이면 될 거리를 50년을 돌아오게 했던 점에서는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