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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올해로 78세인 오시 하나.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제 나이로 보지는 않는다. 과거,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인다는 말을 들었을때,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때부터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다. 동창회에 나가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자신이 이제는 친구들의 시샘도 받고, 길거리 잡지사로부터 패셔니스타로 촬영의뢰를 받기도 한다. 이런 점은 배울만하다. 나도 언젠가부터 편안한 것을 좋아한다. 좀 더 젊어보이는 것이나 악세사리등도 신경써서 하지 않는다. 그냥 나이대로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귀찮고 게으른 정도라고나 할까... 기미 올라온다고 선크림을 바르라는 잔소리로 그거 하나 한다랄까. 게다가 오시하나에게는 한참을 못 미치는 나이임에도 여기저기 아프게 되면, 그렇게 오래 썼으니 고장날만도 하다라고 여기는데 반성이 조금 필요한 것도 같다.
그런데, 어느날 평생을 함께 했던 남편 오시 이와조가 갑자기 사망하게 된다. 아마도 머리를 크게 부딪힌 것 같은데, 노인들은 당장은 이상이 없더라도 몇개월이 지난 후에도 출혈이나 혈종이 생길수 있으므로 꼭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던 의사의 조언도 무시했었다. 하나는 장례를 치르는 며칠전에 기억도 없다. 남편과의 사별이 하나에게는 꽤 스트레스를 받았던 듯 싶었다. 그렇게 이와조와의 이별에 후유증을 겪고 있을 무렵, 아들이 발견한 남편의 유언장. 그 속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에게는 "첩"이 있었다. 게다가 "혼외자" 또한 있었다. 42년동안 남편은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이런 개%$^$&@$*^
최근에 읽었던 < 디 아더 와이프 >에서도 보수적이고 점잖은 신사인줄 알았던 아버지의 숨은 과거에 충격을 받은 아들의 이야기를 만났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디 아더 와이프"에 대해서도 참 화가 났었는데... 노인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하나는 그저 남편이 만들던 종이접기 작품들을 쓰레기봉투에 넣고 물고문, 불고문을 시켜버린다. 어떻게 이렇게 배신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아내와 첩에게 최선을 다했다거나 유언으로 혼외자에게 인지(법적 지위 부여)하지 않는다 해도 나라면 부관참시라도 했을 판이다.
예전에 아침방송에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때, 가장이 사망하고 나면 어린 자식들을 남의 집에 보내서 소식이 끊겼다라는 사연이 종종 나오기도 했었다. 그 당시 참 화가 났었다. 왜 그 당시 어머니들은 남편과 사별하고 나면 아이들을 지킬수 없는 것일까. 물론, 여성의 사회진출이 없었던 시대적 배경이 있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지만, 여성들도 너무나도 가정에만 헌신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나면 더이상 관심갖지 말라는 태도가 우리의 어머니들을 얼마나 외롭게 만들게 되는지... 게다가 오시 하나같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얼마나 자신의 인생이 허무하게 느끼게 될런지.. 그래서 더 오시 하나를 응원하게 된다. 흔히들 '내 멋대로'라는 말은 타인의 시선을 아랑곶 하지 않고 멋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여전히 멋쟁이로 살아가며 "품격"을 지키는 오시 하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