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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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청 다모로 일하고 있는 '설'. 얼굴 한쪽에는 계집종이라는 뜻의 한자 '비'(婢)가 낙인 찍히듯 인두로 지진 자국이 있다. 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치다가 잡힌 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언니는 오라버니의 무덤을 꼭 찾으라고 했었다. 열두해가 지나도록 연락 없는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을 했다.

정조가 승하한 직후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다모로 일하는 설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드라마 "다모"가 떠올랐다. 설을 꽤 신임하는 한종사관까지..마치 예전 드라마의 추억과 함께 이 소설은 드라마 한편을 보고 있는 듯하다.

젊은 여인의 시신이 발견된다. 입고 있는 화려한 옷으로 보아 양반일테다. 여성 피해자를 검시하는 일이 다모인 설의 역할이다. 피해자는 오판서 대감의 여식이다. 오 소저는 '종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종인 소이에게도 글을 가르치기도 했었다. 아마도 조선 후기시대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이름'들이라는 사람들은 여성들, 노비들, 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는데, 가제본이다 보니 결말까지 읽지 못해서 더 두고봐야할 듯 싶긴하다. 그래도 설은 자신의 상관인 한종사관에게 충심을 드러내면서 그가 은근하게 받는 모함까지 진실을 밝혀내고자 노력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설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시기부터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우리 문화보다는 서양문화에 더 익숙했던 허주은 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번역이 필요한 소설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영어로는 어떻게 씌여지는지 괜시리 궁금해지기도 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 붉은 궁 >도 읽었었는데, '이 책은 제가 한국 역사에 바치는 첫 번째 러브레터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니 < 붉은 궁 >보다 먼저 집필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설의 활약도 궁금하고 혹시 설의 오빠와 한종사관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결말을 향해 가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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