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
한재우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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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문에 익숙하지가 않다. 물론 학창 시절에 한문을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컴퓨터로 한글을 사용하던 세대라 그런지, 한자를 보고 그에 맞는 글자를 고를수는 있지만 직접 쓰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선뵈어 주는 "네 줄에 담긴 한시의 멋과 운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글로 풀어져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시의 멋과 운율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하나도 아쉽지는 않다. 나는 한글에서 예쁜 감점들을 느꼈으니까 말이다...어째 지는 기분은 뭐지?

이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한 밤", 왜 그럴때 있지 않은가. 달을 멍하는 쳐다보는 날. 달 속에 산다는 토끼를 찾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는지.. 만약 내가 도심 중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길을 걷다 쳐다보는 것말고 정말로 달빛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적이 많지 않았을까. 게다가 "호월애미면(好月愛未眠)(p.13)"라는 싯구 보다는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라는 말이 더 예쁘게 들리지 않는가. 물론 한시를 읽을 줄 알면 "호월애미면"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 나에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마냥 진가를 모르니 많이 아쉽다.

유독 눈길이 끌었던 시가 있다. " 산봉우리 천 겹 만겹이라 / 구름 걷히니 그 모습 웅장하고 / 곤하여 조는 아이 / 책상에 얼굴 방아 찧는다네" 책을 펴놓고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책상에 얼굴 방아"를 찧는다는 표현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예전에 학원에서 강의를 할 적에 피곤함에 혹은 노곤함에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이 너무 설명을 잘해서 잘 알아듣겠냐는 이야기지라고 아이들을 환기시켰다. 혹여 고개가 뒤로 넘어갈라치면 그렇게 선생님 수업이 감동적이냐며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는데, 낮이나 밤이나 학교로 학원으로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곤할까. 그날의 모습들이 생각나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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