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현장 과학수사관 28명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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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범죄현장에 도착해서 한켠으로 지나가는 역할로 나오는 과학수사관. 아무래도 형사나 경찰들보다는 그리 주목받지 않았던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근본 실마리를 마련해준다는 의미에서는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내가 과학수사관이라는 직업에 눈길이 머문것은 미드 "CSI 과학수사대"를 통해서였다. 조금 과학수사관의 활동 영역에 과장되어 있다고는 하나 사람들의 뇌리 속에 과학수사관들이 앞으로 나설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과학수사관들의 고뇌와 애환을 담은 에세이다. 사건의 맨 처음을 담당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때론 참혹한 현장을 마주할 때의 심리적 고통은 이루 다 말할수 없을 테다. 타인의 죽음의 경계에서 과연 그들이 찾아내는 증거에 따라서 판도가 크게 바뀔수도 있다는 압박감 또한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참 이 직업이 매력적인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이 직업에 대해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과학수사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처음 알았을 때만 해도 곧바로 도전했다면 늦지 않았을텐데 아마도 내게는 무언가 부족했던 것들을 그들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 같다.

특히나, 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글로 전해오는 느낌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의 죽음이다. 아이들의 죽음은 어른들의 부주의와 이기심이 이끄는 것이 대부분이다.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던 아이를 스스로 죽였던 엄마. 출생신고와 동시에 사망신고가 되어버린 사연은 참 마음 아팠다. 아이의 8년동안의 삶은 공식적인 서류에 짧게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또 어떤 아이는 추석날 할아버지댁에 방문을 했다가 주차장에 오래 방치된 물웅덩이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이런 현장을 마주하는 그들의 심적부담감을 어찌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신분을 찾아주는 노력도 꽤 눈길을 끈다. 지문을 스캔만하면 자료에서 찾아주는 장면만 봐와서인지, 그런 시스템이 없을땐 일일히 지문을 확인하면서 찾곤했다. 죽은자에게나 그들을 떠나보냈을 가족들에게 "자신"을 찾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 글을 읽기 전에는 미처 공감하지 못했다. 아직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기 때문일테다. 얼마전 우리는 큰 참사를 겪었다. 신원을 확인하고 유가족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아마도 그 현장에서 과학수사관들이 끊임없는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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