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싸웠던 외상외과의 1분 1초
허윤정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평점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의사가 된 사람들은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아니면 의사집안이라 그냥 어렸을 때부터 길이 정해졌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의사가 아닌 나의 일종의 시기심인가.
저자는 단국대학교 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의사이다. 그야말로 늘상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늘상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다. 나에겐 아직까지 행운일수도 있겠지만, 다급하게 생사를 오고가는 급박한 상황에는 있어보지 않았다. 있다면 세상과 작별하려던 엄마를 붙잡고 겨우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서 달려가는 구급차에 탔었던 기억이랄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있고 싶었었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 다급했던 마음과 겨우 찾아가던 병원 응급실.. 그리고 그때 엄마를 붙잡아 주었던 의료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나의 경우와는 다르겠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생사의 문턱을 넘어서는 환자에게 손을 내미는 현장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이제껏 만나왔던 의료진들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빴던 기억들은 없었다. 짧은 대면진료에서도 꽤 친절하고 살뜰하게 대해 주었다. 유독 무뚝뚝해 보였던 분이 한분 계셨는데, 모르는 것이 있어서 질문해도 대답이 영 시원찮아서 제일 평가를 아래로 하고 싶었지만, 그분이 처방해주신 약이 엄마에게 딱 맞아서 뭐라고 할수도 없다라는 말을 종종했었다. 그런데, 진단서가 필요했을때 더할나위 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셔서 살짝 당황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것을 보면 꽤 진심인 선생님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보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을때,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보호자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겠지만 비난의 화살을 의료진에게 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