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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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 모두의 죽음 준비는 이 상상에서 시작된다."

나는 사촌 형제들 중에서 거의 막내에 해당한다. 제일 큰 사촌오빠는 우리엄마와 동갑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촌올케와도 나이차이가 많이 났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렸을 때는 명절이 되면 엄마는 큰집에 음식장만 때문에 가실때면 나를 이끌고 갔다가 나를 큰 집에 머물게 하곤 했었다. 그럼 올케 언니는 딸보다 어린 시누이를 씻기고 옷도 갈아 입혀 재웠었다. 15년 전쯤에 올케 언니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 서럽게 울던 조카들을 보고선, 엄마에게 갑자기 떠나지 말라고, 우리 '안녕'이라고 말하고 헤어지자고 했었다. 정말로 엄마는 나한테 시간을 주고 떠나셨다. 이제사 생각해보면 엄마는 약속을 지켰다.

우리는 한때 웰빙(well-being)이라는 것에 주목했지만,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 이후 그 쓰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같은해,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둘러싼 '세브란스 병원 김 할머니' 사건으로 웰다잉(well-dying)을 이야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다. 저자는 웰다잉과 웰빙이 다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웰다잉이야말로 한평생 잘 살아온 웰빙의 정점에서 만나는 같은 가치라고 말하고 있다. 신경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더블보드 의사인 저자는 그동안 만나왔던 많은 이들의 마지막 여정을 이야기해주면서, 죽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다.

죽음에 이르러 가족, 친지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라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낸 죽음에 대한 흔한 착각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는채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존하다가 보호자 앞에서 눈을 감는다고 한다. 때론 자신의 상태를 알고나서 혹여 치료를 포기할까봐, 충격 받을까봐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을 주저하는 보호자들도 있다고 한다. 만약 환자가 모든 치료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말한다고 한다. 누구나 의식없이 생명만을 유지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암 상담사" 이야기이다. 간혹 가다가 환자의 죽음 이후에 남은 가족들은 심리적 후유증과 경제적 부담만을 지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치료를 지양하기 위해 암상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질병의 상태, 환자를 살피는 보호자수, 재정상태, 환자와의 관계등을 체크하면서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무조건 사람부터 살려야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내가 떠나고 난 후 경제적으로 가족들이 힘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죽음이라는 헤어짐은 결국 한순간의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마음 속에 남는 과정이다. 한 사람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헤어지는 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마지막이 아니겠는가(p.187)

인생의 끝에는 항상 죽음이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 이별은 힘들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을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매우 행복한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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