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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 ㅣ 라면소설 3
김영리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평점 :
"라면소설"시리즈라고 해서 다소 의아했다. 도대체 '라면소설'이 뭘라나..
라면소설은 '만약'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라면처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맛있게 읽을 수 있는 뜨인돌의 짧은 소설 시리즈이다. 그리고 책 중간에 꽂혀 있는 노란 종이 하나. "라면소설 별첨스프"라고 되어 있는데 '독서 중간에 넣어 주세요. 생각보다 도움이 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라나 플라자 붕괴사고"를 적은 별첨스프까지 들어 있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하늬는 옷에 관심이 많다. 언니들이 하는 쇼핑몰의 모델도 되어주면서 SNS에 사진을 업로드한다. 금방이라도 팔로워 수가 10만명이 넘을꺼라 생각했지만, 좀처럼 넘기가 쉽지 않다. 어서 빨리 팔로우가 늘어서 유명 블랜드에서도 협찬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절친인 다현이도 옷을 사고 SNS에 사진 올리는 것에만 열중하는 하늬가 탐탁치 않아 한다. 그러던 어느날 하늬 뒷쪽으로 옷들이 주르륵 줄을 서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 미칠 지경이다. 그런데 웬걸, 옷꼬리 중 하나를 선택하면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만 가능해서 이상한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옷들 사이로 꾀죄죄한 여자 아이가 보인다. 그 뒤로 옷을 먹는 염소도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정체는 "라면소설 별첨 스프"에 적혀 있던 '라나 플라자 붕괴사고'와 관련이 있었다. 재활용 상자에 버리던 옷들이 정말로 재활용이 되는줄 알았다. 하지만 우연히 봤었던 유투브 영상에서 헌옷 쓰레기 산으로 보내진다는 것을 알았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10여년 전에 방글라데시에 무허가 증축된 건물에서 옷을 만들던 어린 소녀들이 건물이 붕괴되자 많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초능력이 생겼다는 것이 신의 은총일지 저주일지 고민하는 것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