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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오컬트 포크 호러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평점 :
박해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 성인 "섭주"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쌓았다. 섭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3편(「수낭면에 가면 수낭법을 따르라」, 「며느리는 약했지만 여인은 강했다」, 「지옥에 떨어진 형제」)이 담겨있다. 작가의 이야기가 섭주를 무대로 진행되다 보면 가끔 전작들의 모습이 깜짝 등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래된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 그렇다고 해서 전작을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작을 읽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특히나 세번째 이야기 「지옥에 떨어진 형제」는 오컬트 소설로만 보기에는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별>은 나이 지긋한 시골 아낙, 슬픈 표정의 큰 키의 청년, 아직 어린 소년을 그린 한폭의 풍경화다. 이 그림을 그린 이정욱 화백은 섭주역 근처 좁은 골목에서 사망한채 발견되었다. 누가 화백을 죽인 것일까.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고 말았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한 잡지사 기자에게 "이정욱 비망록"이 배달되었다. 이정욱 화백은 자신이 죽게되면 이 비망록을 기자에게 전해달라고 했단다. 과연 이 비망록 속에 화백의 죽음의 비밀을 알 수 있게 될까.
이정욱 화백의 과거 지옥같았던 삶을 살게 되었다. 그 배후에는 엄마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신차선녀라는 하실옥이 있었다. 단짝 친구였던 엄마와 실옥은 어릴적 작은 오해로 인해서 실옥에게 지배를 받게 되며 그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정욱의 가족들이 실옥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줄은 마을 사람들은 알고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다. 실옥은 무당인데다가 그녀에게 특이한 능력이 있어, 모두가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해로 작가의 이야기 속 주 무대는 "섭주"인데, 그 한자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섭(懾)'은 '두려워할 섭'자이다. 여기 섭주에 사는 사람들, 마음은 하난데 귀는 셋이다. 하나는 듣는 귀, 하나는 못 듣는 귀, 하나는 안 듣는 귀야.실제로 진실을 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진실을 듣고 있으면서도 안 듣는 척하고 있어.(p.226) 나는 어떤 귀를 가지고 있을까. 누군가의 위험을 못 듣는 것인지. 진실을 듣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것인지... 차라리 전자의 경우라면 미처 몰랐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진실을 듣고도 외면하지 않아야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외면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