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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삼인방 - 지키지 못한 약속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7월
평점 :
정명섭 작가가 그려내는 백석과 그 두 친구인 허준과 신현중의 이야기이다. 처음 백석 시인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느 대학교가 생각나서 찾아봤었다. 그러나 그 대학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 학교와 관계가 없다면 내게는 너무 낯선 시인이었다. 백석 시인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시인이다. 일제강점기 막바지에 만주로 건너갔다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언어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던 백석은 한국에서는 월북 작가라는 인식이 강해(사실 고향으로 돌아간 것 뿐) 언급을 피했다가 월북문인의 작품의 해금 조치가 이뤄진 1988년부터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과는 다르게 북한에서도 숙청되서 안타까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정명섭 작가는 백석 시인의 삶 중 1934년부터 1939년을 조명했다. 조선일보사에서 근무하게 된 백석은 그 곳에서 허준과 신현중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조선총독부를 바라보며 "저 총독부가 무너지는 날, 여기 다시와서 만나자"라는 약속을 하게 된다. 40년대를 향해 달려가는 당시에 주변의 문인들은 점차 하나 둘씩 변절을 하게 된다. 게다가 계속되는 전쟁과 창씨개명 정책과 더불어 점차 한글을 쓰지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상황에 백석은 만주행을 택하게 되었다.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느꼈을 답답함이 전해져 오는 것도 같다. 게다가 이 세사람의 견고했던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게 되는데, 그것은 백석이 마음에 품었던 여인을 친구인 신현중이 약혹을 물리고 그녀와 결혼을 하려 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물론 백석과 그 여인이 서로 사랑했던 사이는 아니었다고는 하나 충분히 관계의 틈을 만들 사건이긴 했다.
백석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검색을 해봤었는데, 이 사랑보다는 그 후에 만난 자야(김영한)와의 사랑이 더 애틋해 보인다. 만주에서 자야를 그리워하면 썼던 시가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는 시라고 한다. 그 이후 많은 예술인들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고 한다. 조국의 격변기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다. 자유로운 시대에서 살았다면 그의 천재성을 담은 글들로 우리를 더욱더 행복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