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본적이 있다. 그 아이들은 팔에 링겔 주사를 맞지 않고, 머리에 놓은 모습이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꽤 오래전에 봤던 모습이다. 처음엔 그 모습을 보고 꽤 놀랬었다. 저 아이는 머리가 아픈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아마도 어린 아이들은 움직이다가 링겔 줄을 건드려서 주사바늘이 빠질 것을 우려해서 그렇게 주사를 머리쪽 혈관에 놓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어린 아이들은 링겔주사를 맞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애잔하다. 아무 걱정 없이 뛰어 놀아야 할 시기지 않을까.
저자는 25년간 어린 환자들과 함께 한 소아신경외과 의사이다. 병원 안팎의 모습과, 초년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나, 의사생활을 하면서 잘 회복되어 결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해온 환자도 있으며, 안타깝게 살려내지 못한 환자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예전에는 종합병원 의사들은 진료시간이 짧아서 질문할 시간 조차 없다고 알고 있었지만, 엄마와 함께 병원을 다니면서 만난 의사들은 꽤 친절했고, 자세하게 설명도 해줬다. 그 중에 제일 친절하지 않은(말투때문인지 그렇게 느껴진) 선생님이 계셨으나, 다른 분들은 조절해주지 못하신 것을 금새 해결해주신적이 있다. 제일 불친절하신건 같은데, 제일 처방을 잘해주셔서 토를 달수가 없었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어쩌면 나의 건강을 맡기는 입장이다 보니 한없이 낮은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분들도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지 않을까? 한 예로 저자도 환자가 심장 발작을 일으켜 끝내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는 않지만 의사를 위협하고, 수술중인 수술실로 난입하는 것은 좀 자제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수술후 지혈이 되지 않는 환자를 방치하고 퇴근해버린다거나 해서 문제가 되는 의사들에게는 당연히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또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는 저자가 트라이애슬론 '스프린트' 코스에 도전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도로에서 발견한 전복된 미니밴을 발견했을 때이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뒤늦게 도착한 구급대원들에게 상태를 재빠르게 설명하고 뒤늦게 경기에 참여를 했다. 비록 꼴찌를 했지만, 사고현장의 가족들은 모두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이라 매우 존경스럽고 의지가 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면도 없지는 않다. 사실 작년에 엄마가 다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119 구급차는 출발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고령에 뇌졸증으로 입원했던 적이 있어서 그랬나보다. 어느 기사에서 뇌에 관련된 경우에는 인력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말을 본적이 있다. 엄마가 고령이시라 십분 이해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의료 현장의 입장도 있겠지만,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도 의사들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을 조금만 더 이해해 주면 안될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