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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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영화를 알고 있다.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예고편 때문에 대충 어떤 이야기인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보다는 원작을 더 선호하는 편이어서, 이 이야기도 책으로 만나게 되어서 참 좋았다.

료타는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들 케이타는 사립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고, 아내 미도리는 가정적이다. 어느날, 게이타가 태어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당시 아이가 바뀐 것 같다고... 같은 시기에 입원했던 남자아이는 셋인데, 그 중 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에 앞서 혈액형 검사를 했는데, 부모와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 아이임에도 혹시나 이런 검사 제의를 받게되면 꽤 기분은 안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당연하게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웠는데, 아니라고 한다면 그 심정은 어떠할까?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병원측 사람들은 더 늦기전에 아이들을 교환하는게 좋겠다고 한다. 번역의 문제인지, 실제로 이런 용어를 쓰는지 모르겠지만, '교환'이란 단어가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 결국엔 케이타와 류세이 가족은 아이들을 주말에 서로의 집에서 지내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왜 내게는 료타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혹시나 두 아이를 다 달라고 하는 부분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기계적인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료타도 나름 아빠로서 충분이 역할은 하고 있다고 본다. 형제가 많다고 해서 류세이네가 더 정겨워 보이지는 않는다. 나만 혼자서 잘못 느끼는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족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타인에 의해 강요받을 수는 없다고 본다. 어쩌면 료타도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에 냉정해졌을 수도 있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누구도 료타와 게이타의 입장에서는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료타가 갑자기 각성한것 같은 장면은 내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마음 속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준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되었든 이런 일은 참 마음 아프다. 더군다나 이 소설 속 아이들의 바뀐 이유는 정말 분노를 불러온다. 뜻하지 않게 두 가족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함께 자주 만난다고 해도 마음이 어느쪽으로 기울든 그것은 타인이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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