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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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를, 내 남편을 죽이는 가장 완전한 방법!!

좀 섬뜩하다. 아무리 부부는 무촌이라지만 이렇게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일까. 이 소설은 남녀 간의 완전범죄를 테마로 한 황세연 작가의 단편집이다. 「결혼에서 무덤까지」, 「인생의 무게」,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 「진정한 복수」, 「비리가 너무 많다」, 「보물찾기」, 「내가 죽인 남자」, 「개티즌」의 8편이 실려 있다.

특히, 「범죄 없는 마을 살인 사건」에서는 칠갑산 바로 아래 한 마을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살인사건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작가님은 "칠갑산"이라는 장소를 이야기에 배경으로 잘 등장시키는 것 같다. 이 단편집에서도 본 것 같고, 더군다나 작가의 <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에서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범죄 없는 마을'이 등장하던데, 이 소설도 궁금해진다. 다시 돌아와서, 사망자에겐 3명의 유가족이 있었다. 형사와 눈을 마주치자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시선을 피했다. 사망한 남자는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해왔다. 아마도 지옥같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들이 사고를 가장한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현판이 있을 때도 여인의 인생을 바꿀 만한 거짓말이 있었고 또 여인의 가족들은 매를 맞고 살았다. 현판이 있다고 해서 범죄 없는 마을이 아니고 보면, 현판을 내거는 것이 오히려 더 부끄럽고 더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까.(p.100)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현판이 가정내 폭력에 대해서는 입 다물라는 무언의 폭력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이런 무언의 폭력을 가하는 일이 없을까 생각해보니 참.. 아프다.

「인생의 무게」에서는 남편은 소설을 쓴다. 그는 소설에 너무 집착해서 가정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 그의 소설 중 "아내의 무덤"을 읽어본다. 아무래도 지영은 그녀의 이야기 같다. "### 용민이 아내를 감쪽같이, 그리고 우아하게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 이건 무슨말일까. 처음에는 호기심에 남편의 소설을 훔쳐 봤지만, 그는 "###"로 써 놓은 부분에서는 자료를 찾아본다거나 실제로 본인이 실행을 해본다거나 하는 사람이다. 자꾸만 이 부분이 신경이 쓰인다. 남편은 지영을 아내가 아니라 무료로 부려 먹는 가정부쯤으로 생각한다. 아무래도 남편을 죽여야 할 것 같다. 사고로 위장해서..과연 누가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남의 목숨을 가지고 승자를 따지는 건 소설속에서만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요즘 들어서는 실제로도 많이 일어나서 참으로 걱정이다. 작가의 부인도 이 이야기를 읽고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하는데..^^;;

내 남편과 내 아내를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아서 참 슬프긴 하다. 나는 단편에 늘상 약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던 듯 싶다. 아니면 황세연 작가와 아주 맞았는지도 모르겠다.(황세연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8편 모두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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